No. 877 칼럼니스트 2003년 11월 2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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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이용 요금 인상은 이제 그만

114 전화번호 안내서비스의 이용요금이 오늘(1일)부터 또 올랐다. 평일은 100원에서 120원, 주말과 야간에는 100원에서 140원으로 조정했으니까 1건당 20∼40원이 오른 셈이다.

인상이유는 114전화번호 안내서비스가 통화당 원가 179원에 못 미쳐 지난 98년부터 2002년까지 5천900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함에 따라 경영수지 개선을 위해 불가피했다는 것이 KT(한국통신)측의 설명이다. KT도 엄연히 기업체인 만큼 적자가 생기면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은 마땅하지만 불과 1년 6개월만에 다시 요금을 인상하는 것이어서 우리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

KT는 이번에 114요금이 인상된다 하더라도 미국(765원), 영국(661원), 일본(291원) 등 다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들에 비해 여전히 낮은 가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건당 80원에서 100원으로 20원 올렸는데 또다시 인상을 했으니 이용자들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을 두고 언론에서도 며칠전 사실보도만 했을 뿐 이렇다할 이견을 내세우지 않은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서민으로서는 엄청난(?) 부담인데도 KT입장만을 생각한 때문인지 이번 조치를 그냥 묵인해버렸다. 언론이 과연 국민(독자와 시청자)을 위한 매체인지가 의심스러운 지경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OECD 회원국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나 영국, 일본과 같이 경제선진국이 아니다. 다시 말해 우리 국민이 이들 선진국 국민처럼 결코 잘 사는 편이 아니다. KT가 세계 최선진국의 요금과 비교해서 「낮은 가격」이라고 말한다면 비교 자체가 크게 잘 못된 일이라고 하겠다.

KT측의 사정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면 "114 안내서비스사업의 채산성을 높이기 위해 분사와 계약직 전환 등을 통해 기존 5천여명의 인력을 3천8백여명으로 줄였으나 인터넷 등 대체서비스의 증가로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면서 원가를 현실화하기 위해 요금인상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114전화번호 안내서비스는 당초에 이용요금을 물지 않는 무료였다. 아무리 많이 걸어도 돈을 받지 않았다. 그래서 아직도 114는 공짜라고 잘 못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112가 그렇고 119가 그런 것처럼….

114가 돈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96년 7월부터였다. 이전까지만 해도 마음대로 걸 수 있는 것이 114 안내전화였다. 당시 한국통신은 114를 운영하는데 연간 1억7천억원의 적자가 생기면서 상당한 경영압박을 받았는데, 고심 끝에 부득이 114 안내요금을 이용자에게 부담시키는 방향으로 시책을 바꾸었다. 그때도 국민들이 반발이 거세었던 것은 물론이다.

KT는 1981년 발족 이후 국영기업체였다가 2002년 5월 SK텔레콤이 최대주주가 됨으로써 완전 민영화가 됐다. 그렇다고 해도 공익성을 띤 전기통신사업체이다. 사업체가 존속하기 위해서는 경영의 수지타산이 맞아야 한다. 그래서 수익을 늘리기 위한 갖가지 전략이 세워지고, 소비자들을 끌기 위한 기발한 「상품」이 등장한다. 우선 국제전화 001서비스, 초고속인터넷(메가패스), 전용회선, 웹호스팅 등이 그렇다.

하지만 업체의 성격이 공익성을 띠고 있는 이상 소비자들에게 가급적 많은 혜택을 주는 것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114전화번호 안내이다. 온 국민들이 부담 없이 써왔던 114가 어느 날부터 요금부담제가 되고, 그것도 모자라 걸핏하면 요금을 인상한다는 것은 지나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114는 오히려 요금을 내리고, 가능하다면 무료로 환원해야 한다. 114를 운영하는데 소요되는 경비는 다른 수익사업을 통해 보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망한다"고 말하겠지만 다른 수단을 강구하면 얼마든지 돌파구는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적자가 난다고 해서 걸핏하면 경제적 부담을 이용자, 즉 국민들에게 지우는 것은 결코 옳은 일이 아니다. KT는 국민들에게 부담을 덜어주면서 이익을 남기는 경영수완을 발휘해야 마땅하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관련실무자는 물러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그 일을 맡아야 한다. 전화사업 같은 중대한 일을 능력도 없는 사람들이 맡아서 결국은 적자를 내고, 그러면 다시 요금인상이라는 부적절한 방법을 동원한다는 것은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다.

KT관계자처럼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이라고 내세울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경제적 수준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KT가 경영상의 이유로 114요금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하더라도 당분간은 더 이상의 요금인상을 자제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선진국 국민수준으로 올라갈 때까지는 그래야 한다.

    - 20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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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http://columnist.org/netporter/
칼럼니스트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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