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874 칼럼니스트 2003년 10월 27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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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이메일

    사람의 마음은 수시로 변한다. 대화중에도 자신이나 상대방의 마음은 끊임없이 변한다. 마음 흔들리는 것이 마치 변덕 심한 원숭이 같다 하여 옛 사람들은 마음을 심원(心猿)이라고 했다. 글을 쓰는 도중에도 마음은 이리저리 움직인다.

    "천운의 한서(寒暑)는 피하기 쉽지만 인정의 염량(炎凉)은 제하기 어렵고 인정의 염량은 제어하기 쉽다 해도 내 마음의 변덕은 버리기 어렵다." 역시 옛 사람이 읊은 시다.

    이메일은 쓰고 나서 '보내기' 명령을 하면, 순식간에 상대방 편지함에 담긴다. 빨라서 좋긴 하지만, 그 빠른 것이 언제나 좋을까.

    친구와 어떤 문제에 대한 의견 차이로 이메일로 논쟁을 한 일이 있다. 써서 보내면, 즉각 답장이 왔다. 그 답장에 답장을 하면, 그 쪽에서 답장을 하고, 편지에는 [RE]가 연이어 붙었 다. 그렇게 하다보니, 피차 말이 점점 험해져 갔다. 그러자, 어느 쪽이 먼저랄 것도 없이 이메일 논쟁은 그만하자는 제의가 나온 것은 다행이었다.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데 합의하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차분히 생각해 보니 그처럼 열올려 다툴 만한 일이 아니라는 생 각이 들었다.

    종이 편지일 경우에는 곰곰이 생각하면서 쓴다. 쓰다가 찢고 다시 쓰기도 한다. 써 놓고 마음이 달라져 부치지 않기도 한다. 감정을 조절하고 거를 만한 시간이 있다. 이메일은 그렇지 않다.

    원숭이처럼 마음의 변덕은 심하고, 마음대로 표현했다가 뒤에 후회하는 때가 많다. 이메일로 할 때는 바로 보내지 말고, 묵혔다가 다시 읽어보고 보내는 참을성이 필요하다. 이메일을 쓸 때 이 점을 유의해야 하는데, 막상 그렇게 되지 않는다.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중심을 잡는 일이 쉽다면, 심원(心猿)이나 오심지빙탄난거(吾心之氷炭難去: 내 마음이 얼음과 숯불 사이를 오가듯 변덕 부리는 것을 떨치기 어렵다.)라는 말이 왜 나왔겠는가.

    - 벼룩신문 [즐거운 인터넷 여행] 200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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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문
칼럼니스트, 대진대학교 통일대학원 초빙교수
http://columnist.org/par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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