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873 칼럼니스트 2003년 10월 23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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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인적자원국'(3)
교육의 개념이 바뀌었다

인적자원개발기본법 2조 2에, '국가, 지방자치단체, 교육기관, 연구기관, 기업 등이 인적자원을 양성, 배분, 활용하고, 이와 관련되는 사회적 규범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하여 행하는 제반 활동'이 '인적자원 개발'이라고 규정하였다.

여기서 '교육기관이 인적자원을 양성'하는 것이 바로 '학교교육'이다. 즉 교육기관은 학교며, 인적자원은 '능력과 품성'으로, 학교에서 사람의 능력과 품성을 양성하는 것은 '학교교육'일 수밖에 없다. 달리 표현하면 전인(全人)교육이다. 이 의미는, 헌법과 평생교육법에 명시된 학교교육이 '인적자원 개발의 일부'로, 2002년 8월 개발기본법을 공포하면서부터 바뀌었다는 것이다.

교육과 인적자원 개발은 그 목적에서부터 다음과 같이 다르다. 교육의 목적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 국가의 발전....' 이다(교육기본법 제2조). 인적자원 개발의 목적은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국가 경쟁력 강화'다. (개발기본법 제1조)

여기에 나오는, '인간의 삶'과 '국민의 삶'은 비슷한 말 같으나 개념이 다르다. 다르지 않다면, 교육기본법과 그것을 근거로 하여 만든 개발기본법의 목적에 '인간'과 '국민'으로 달리 표현할 이유가 없고, 또 상식적으로도 다르다.

인간의 삶이란, 다양성을 인정하면서부터 그 얘기가 출발되어야 한다. 이 삶의 질은 평균이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삶의 향상이 경제적 부의 증가와 비례하는 것도 아니다. 인간의 삶은 각자가 알아서 살아가면 된다.

그러나 국민의 삶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전체주의 시대에 살던 신민(臣民)에서부터 출발한다. 사실 국민의 개념도 그 때부터 한반도에 등장한 것이다. 유럽의 나찌당원, 검은 셔츠단, 일본의 제국신민 등이 국민의 표준이었고, 그 후에는 홍위병, 완장부대, 노동당원 등도 같은 성격이다. 어느 국민이든 애국애족이 삶의 중심을 차지한다.

'사회적 규범'이란, 개인의 사고, 의지, 감정 등이 일정한 목적을 위해 마땅히 따라야 될 법칙이나 원리다. 이 규범을 '형성'한다는 것은, 국가가 삶의 기준을 국민에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이 때는 규범이 법적인 강제성을 띠게 되며, 사람들의 정신도 획일화된다. 북한의 '주체사상' 따위다.

인간의 능력과 품성을 양성, 배분, 활용하고, 그와 관련된 사회적 규범을 형성한다는 인적자원 개발에서는, 인간의 냄새를 맡을 수 없다. 인간의 삶이 양성, 배분, 활용에 의해 묵살되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증발된, 위와 같은 국민의 삶만이 물씬 풍기는 것이다.

교육이 인적자원 개발의 일부이며, 또 그 둘의 성격이 다름을 구체적으로 확실하게 말해 주는 것이 '인적자원개발 기본계획'이다. 그 내용은 4개 정책 영역별로, 2005년까지 추진할 16개 과제이다.

그 대략을 발췌해 보면;
(1) 전국민 기초 역량 강화 ㅇ 국민 기초교육 보장과 초중등 교육 체재 자율화---초중등 학생이 학교 교육을 통해 사회생활에 필요한 기본 능력을 배울 수 있도록 학교 책임을 강화한다. ㅇ 평생 직업능력 개발 체재 구축---25-64세 사이 성인의 평생 교육 참여율을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높인다.
(2) 지식과 인력 개발 ㅇ 대학의 역할과 기능 혁신
(3) 인적자원 활용 및 관리 선진화 ㅇ 민간 부문 인적자원 개발, 활용 선진화---개인별 교육 계좌제를 도입하고 국가 자격과 민간 자격을 통합한다.
(4) 인적자원 인프라 구축 ㅇ 인력 수급을 전망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다양한 기관에서 운영하는 학습, 진로, 고용 정보를 연계한다.

이 내용을 언뜻 보면, 과거의 초중등교육을 (1)국민 기초 역량 강화로, 그리고 대학교육은 (2)성장을 위한 지식과 인력 개발로, 설명만 풀어서 해 놓은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학교교육과 인적자원 개발은 본질적으로 다음과 같이 다르다.

학교교육은 학습자 즉 눈에 보이는 사람이 주체다. 그런 까닭으로 국가는 의지를 가진 사람을 일방적으로 조정할 수 없다. 따라서 교육의 성격이 인격체 위주라는 개별성을 띨 수밖에 없으며, 자주적, 전문적 능력이라는 자유성을 가지게 된다. 헌법에 명시된 그대로다.

인적자원 개발은 사람 자체가 아닌 지식, 기술, 태도, 능력, 품성 등 형체가 없는 자원이 주체다. 그런 까닭으로 국가는 목표(국가 경쟁력 강화)를 정해 놓고 그 자원을 임의로 조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인적자원 개발의 성격은 목표를 향하여 통합성과 획일성을 띨 수밖에 없으며, 양성, 배분, 활용이라는 강제성을 가지게 된다.

이와 같은 정리는 헌법의 '평생교육'과, 교육기관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이루어지는 '인적자원 개발'에도 꼭 같이 적용된다. 즉 헌법 31조 5항에 '국가는 평생교육을 진흥한다' 라고 되어 있다. '진흥한다'는 것은, 국가에게 의무가 있고 국민에게 권리가 있다는 뜻이다. 이 말은, 학교교육을 마친 국민이 사회에 나와 '자유 의사'로 교육을 더 받기 원할 때, 국가는 국민으로부터 받은 세금으로 그들 교육에 드는 경비를 지원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가 경비를 지원하지 않고, 국민이 평생교육을 원하지 않으면, '진흥'하고 말고 할 것이 없다.

개발기본법에서의 평생교육 즉 교육기관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이루어지는 인적자원 개발은, 위의 정리를 거꾸로 뒤집은 것이다. '25세부터 64세까지의 성인'이란 틀을 짰다는 자체가, 국민의 권리인 '자유 의사'와는 관계 없이 인적자원 개발을 의무로 만들어 강제성을 띤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를 최종으로 마친 20세 자원이나 활동이 왕성한 70세 자원이 있다고 할 때, 그들 자원이 개발을 원하더라도 나이 때문에 제약을 받는다. 이것은 조건을 내세운 강제성을 띰은 물론 어떤 목표를 위한 획일성 또는 통합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성격의 평생교육이 아니고는, 인적자원개발 기본계획의 '4. 국가 인적자원 인프라 구축'이 불가능하다. 이 인프라 구축을 위하여 '개인별 교육 계좌제'와 정부가 추진하는 '전자정부', NEIS 따위가 반드시 필요해진다. (계속)

- 2003. 10. 23

홍 순 훈

아하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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