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3년 10월 3일 No. 862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 딴 글 보기 | 손님 칼럼 | 의견함 | 구독신청/해지 | columnist.org |

변산반도- 산과 바다가 빚어놓은 천혜의 비경

    변산반도는 산과 바다가 어우러져 비경을 빚어놓고 역사의 향기를 뿜어낸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대대로 소금 굽고, 고기 잡고, 기름진 농토를 일구며 살았다. 바다를 끼고 있는 외변산은 채석강·적벽강의 비경과 함께, 변산·고사포·상록·모항 등 해수욕장을 펼쳐놓았다.

    소금밭과 젓갈로 유명한 곰소항, 조개와 굴·백합·주꾸미 등 해산물이 그득한 칠산어장과 심포개펄이 생명의 젖줄 구실을 해준다. 그래서 조선시대 풍수지리와 천문학의 달인이었던 남사고는 기근이나 난리가 났을 때 몸을 의탁하기 좋은 십승지(十勝地)의 한 곳으로 변산을 꼽았고, '택리지'를 쓴 이중환도 "은둔자가 깃들어 살 만한 곳"이라 했다.

    주마간산 격으로 둘러보려고 해도 시인 신석정 고택 → 구암리 지석묘 → 새만금전시관 → 채석강과 수성당 → 내소사 일원 → 반계선생 유적지 → 유천리 도요지 → 김상만 생가 등 당일 코스로는 빠듯하다. 핵폐기장이 들어설 위도는 어떤 곳인지 섬까지 둘러보려면 이틀은 잡아야 여유 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외변산의 대표적 명소 채석강과 내변산의 고찰 내소사를 중심으로 길잡이를 한다.

    서서울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변산반도를 먼저 보려면 부안 나들목에서 빠져나와 30번 국도를 타면 된다. 30번 국도는 해안을 끼고 있어 여행의 운치를 더해준다. 내소사 지구를 먼저 들리려면 줄포 나들목을 이용하는 것이 빠르고 편하다. 길이 막히지 않으면 서서울에서 변산반도까지 3시간 안팎 소요된다.

    채석강변에 왜 사는지 묻지 말라

   # 채석강 외변산 격포리 해안에 위치한 채석강(彩石江)은 강이 아니다. 강 이름을 지닌 해안 단애(斷崖)다. 억겁의 세월이 빚어낸 퇴적암 절벽은 '돌을 채색한다'는 이름만큼이나 경관이 빼어나다. 수만 권의 책을 켜켜이 쌓아놓은 것 같기도 하고, 시루떡을 모로 잘라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침 햇살과 저녁 노을에 따라 암벽이 갈색에서 검붉은 색으로 변한다. 채석강은 당나라 시성(詩聖) 이태백이 뱃놀이를 하다가 강물에 뜬 달 그림자를 잡으려다 빠져서 숨진 중국의 채석강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밀물 때는 절벽 바로 아래까지 바닷물이 차오르기 때문에 썰물 때만 해안을 따라 채석강의 절벽과 해식동굴을 돌아볼 수 있어 물때를 맞춰야 한다. 매표소를 지나 물 빠진 해안으로 내려서면 거북 등처럼 생긴 갯 잔등이 다양한 문양을 그려놓았다. 갯 잔등을 밟고 조심스레 절벽 모퉁이를 지나면 남쪽에 커다란 해식동굴이 나타난다. 동굴 안에 들어가 밖을 보면 동굴 입구가 마치 한반도 지도 모양을 빼 닮았다. 흰 파도에 묻어오는 해조음이 동굴 속에 메아리쳐 대자연의 생음악을 듣는 느낌이다.

   채석강에서 해안을 따라 1㎞쯤 가면 북쪽 용두산을 끼고 돌아 병풍처럼 이어진 2㎞의 해안 절벽이 모습을 드러낸다. 적벽강(赤壁江)이다. 수많은 해식동굴과 세로형 줄무늬를 온몸에 두르고 있다. 채석강보다 붉은 색조가 짙다는 점이 다를 뿐 같은 시기, 같은 곳에서 만들어진 퇴적암 절벽이다. 송나라 시인 소동파가 노닐었다는 적벽강에서 이름을 따왔다.

   적벽강 위에는 어부들의 생명을 지켜준다는 '수성당'이 있으나 해안초소가 있어 접근하기 어렵다. 수성당 가는 길목에 천연기념물 123호로 지정된 후박나무 군락지도 둘러 볼만하다. 방풍림 구실을 하는 후박나무 이파리는 두껍고 윤기가 나며, 키는 작지만 야무지다. 이 또한 철조망 때문에 가까이 갈 수는 없다.

    '그대여 서해에 와서 지는 낙조를 보고 울기 전엔/ 왜 나 채석강변에 사는지 묻지 말아라'바닷가 시인 송수권이 노래했듯 서해의 낙조에는 비릿한 슬픔이 묻어난다. 저녁바다를 물들이는 노을을 바라보며 삶을 곱씹어 보는 것도 변산반도 여행의 여백이다.

    평화롭던 섬, 핵폐기장 유치 싸고 몸살

   # 위도 채석강 부근 격포항에서 위도행 여객선을 이용한다. 위도 벌금항까지 40분 걸린다. 위도카페리·신광페리2·완도카훼리2호 세 척이 하루 9차례 왕복한다. 편도 요금 6,700원. 승용차(운전자 포함)는 24,000원. ※배편문의 : 계림해운(주) 위도카페리 063-581-1997, 진도운수(주) 신광페리2호, 완도카훼리2호 063-581-0023.

    고려 때부터 조정 관리들이 유배되면서 주민들의 이주가 시작된 위도는 고슴도치를 닮았다하여 고슴도치 위(蝟)자를 쓴다. 섬 면적 11.14 ㎢에 1940명이 바다를 텃밭으로 여기고 사는 큰 섬이다. 벌금항에서 걸어서 15분정도의 거리에 있는 위도해수욕장은 고운 모래사장으로 유명하고, 멀리 왕등도가 그림처럼 떠 있다. 수려한 해안선을 따라 섬을 한바퀴 돌 수 있는 12km의 해안일주도로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 해송 사이로 보이는 해태양식장이 시야 가득히 펼쳐진다.

   면사무소가 있는 진리엔 조선 숙종 때 지은 위도관아(蝟島官衙)가 이 섬의 역사를 가늠케 한다. 자장율사가 창건한 하나뿐인 사찰 내원암에 들러 약수 한 모금 마시면 가슴속이 시원하다. 풍어를 기원했던 위도 띠뱃놀이는 지금도 전통의 맥을 잇는다. 갯바위 낚시터로 꾼들의 발길이 잦고, 멸치와 새우, 해태가 특산물이다. 그림처럼 평화로운 섬 위도가 핵폐기센터 유치를 둘러싸고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대웅보전 꽃문살은 장식문양의 극치

   # 내소사 내변산으로 접어들면 백제 무왕34년(633년) 때 지은 천년 고찰 내소사가 고즈넉하게 자리잡고 있다. 내소사 전나무숲길은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숲길과 더불어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사시사철 각광 받는 길이다. 늘씬하게 뻗어 오른 전나무가 600m의 숲 터널을 이룬다. 절 마당엔 수령 950년 된 느티나무를 비롯, 노거수들이 넉넉하게 자리잡고 있다. 못을 전혀 쓰지 않고 지은 대웅보전(보물 제291호)의 단아한 기품은 단청을 입히지 않아 오히려 고색창연하다. 연꽃과 국화꽃을 조각한 꽃문살은 장식문양의 아름다운 극치를 보여준다.

   내소사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지나치는 곳이 지장암이다. 전나무숲길 옆으로 샛길이 나 있고 100m만 들어가면 지장암을 볼 수 있다. 거친 바위 절벽 아래 새가 둥지를 틀듯이 놓여있다. 30m 바위 절벽에서 우레 같은 소리를 토하며 수직으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직소폭포도 장관이다. 부안군청 문화관광과 (063-580-4224)

    #먹거리 부안의 먹거리는 풍성하다. 싱싱한 생선회는 기본. 부안군의 모든 식당이 꽃게장 식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꽃게장이 식도락가의 군침을 삼키게 한다. 꽃게를 통째로 간장에 재었다가 뜯어서 먹는 맛이 일품이다.

    또 하나 지나칠 수 없는 메뉴는 백합죽. 새만금 방조제가 완성돼 백합이 갯벌에서 사라지면 제 맛을 찾기 힘들어지게 될 음식이다. 백합살을 썰어 쌀과 함께 끓여 향긋하고 감칠맛 난다. 대부분의 식당에서 죽을 끓인다. 부안읍 계화회관과 곰소항의 내소산장을 추천할 만하다.

   그러나 변산 최고의 별미는 역시 바지락죽이다. 기름진 서해 갯벌에서 금방 캐어낸 싱싱한 바지락으로 요리하기 때문에 쫄깃쫄깃한 맛과 향이 일품이다. 바지락으로 죽 끓이는 솜씨를 처음 뽐낸 이는 변산온천장(063-584-4874)의 김순녀씨다. 신선한 바지락을 듬뿍 넣고 수삼 녹두 당근 파 마늘 등을 곁들여 맛있고 든든한 영양 만점의 별미를 만들어 냈다. 새만금 전시관 가기 전 변산온천으로 우회전한 뒤 오른편 좁은 마을길을 따라간다. 바지락죽은 이제 변산의 명물이 됐다.

    # 여행쪽지 과거에 비해 쉽고 가까워졌다. 서해안고속도로 부안IC에서 빠지면 부안읍이 지척이다. 부안읍에서 30번 국도를 탄다. 반도를 에두르는 30번 국도는 여행객을 변산반도 국립공원 내 주요 명소와 해수욕장, 크고 작은 항·포구로 친절하게 이끄는 표지판 같은 도로. 부안읍 새만금 방조제·변산온천·변산·고사포·격포 해수욕장, 내소사 곰소항 등이 30번 국도에서 바로 연결되거나 10분 이내 거리에 있다.

- 월간 '광업진흥' 9월호 (2003)

이규섭

여행작가·시인·칼럼니스트, 전 국민일보 논설위원
http://columnist.org/kyoos

[칼럼니스트]를 이메일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칼럼니스트]를 평가해 주십시오.   [[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