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3년 9월 24일 No. 856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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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길로 가라

    ‘무얼 먹고살아야 하나’-. 우리 시대의 화두(話頭)이자 고민이다. 거리엔 ‘청년 백수’들이 넘쳐난다. 젊은이 4명 중 1명 꼴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3분기 중 채용계획이 없는 기업이 76%에 달한다는 노동부 조사결과도 나왔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이력서조차 낼 곳이 없다. 취업희망자 10명 가운데 3명은 아예 취업을 포기해 버렸다.

    어디를 둘러봐도 숨통이 막힐 지경으로 답답하다. ‘빈곤의 덫’에 걸려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가계 빚을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 신드롬이 확산되고 있다.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자녀와 함께 동반자살한 주부도 있다. 서민들의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재벌 2세도 ‘어리석었음’을 자탄하고 죽음을 택한 세상이 아닌가. 수도세와 전기료를 못내 수도와 전기가 끊긴 정도로 빈곤층도 늘어나는 추세다.

    기업들은 기업들대로 “못해먹겠다”고 아우성이다. 생산성을 웃도는 임금 상승에 경쟁력은 떨어져 투자의욕을 상실했다. 해외에 나가 공장을 차리는 기업까지 늘고있으니 일자리 창출은 더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세상 돌아가는 사정이 이러니 일터가 있는 직장인은 행복한 사람들이다. 그나마 ‘무얼 먹고살아야 하나’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러나 천만에 말씀이다. 요즘 직장인들도 마음 편한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할 정도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느는 것은 한숨이요, 쌓이는 것은 스트레스다.

    IMF사태 이후 소위 ‘평생직장’이라는 사회적 가치관이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 돼버렸다. 당연히 월급쟁이들의 가치관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이 늘 머리를 무겁게 할 뿐이다. 특히 근대화 도약기에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낸 4050세대들의 불안감은 가슴을 답답하게 짓누른다. 스트레스지수가 한 여름 수은주 올라가듯 올라간다. ‘사오정’이니 ‘오륙도’하는 우스개가 실감날 정도로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자리를 떠나야 할 세대가 돼버렸다.

    그러나 스스로 나가든지, 떠밀려서 나가든지, 버티는 날까지 업무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직장인의 숙명이 아니던가. 한 방에 인생이 역전되는 복권과는 다른 것이 직장생활이다. 한 장 한 장 벽돌을 쌓듯 성실하게 일 할 때 능력을 평가받는다. 능력을 인정받는 지름길은 부단한 자기계발과 노력뿐이다. 자기계발 여부에 따라 개인차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지금은 연봉시대다. 프로선수가 철저한 몸 관리와 실력을 갖추지 못하면 연봉협상에 불리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 관리를 해야 한다. 겸양지덕을 미덕으로 여기던 예전에야 자기자랑을 늘어놓으면 팔불출로 통했지만 지금은 당당하게 자신을 알려 일 잘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연봉협상 때 유리하다. 헤드헌팅 업체를 활용하여 자신의 몸값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적극파가 있을 정도로 세상은 약아졌다.

    사회는 빠른 속도로 변한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 사고와 행동으로 직장생활을 하면 뒤지기 마련이다. 변화하는 시대의 자산은 정보와 지식이다. 정보화 사회에서 앞서가기 위해서는 정보를 신속하게 수용하고, 자유롭게 활용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프로정신이다.

    젊은 직장인들은 월급쟁이로 일해봐야 언제 잘릴지 몰라 불안해하고 남는 것도 거의 없다는 현실 인식이 빠르다. 차라리 젊었을 때 잘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해서 돈을 벌어 빨리 은퇴하겠다며 부업 전선에 뛰어든 경우가 많다. 실질소득 감소를 만회하거나 창업자금을 모으기 위해 두 가지 직업을 갖는 ‘투잡스족(族)’이 있는가 하면 ‘스리잡스(three jobs)’족에 ‘문어발족’까지 등장했다.

    사보 <지역난방> 9 ·10월호 (2003)

이규섭

여행작가·시인·칼럼니스트, 전 국민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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