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854 칼럼니스트 2003년 9월 17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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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광고효과를 올리는 모자이크 처리

TV를 시청하다 보면 모자이크 처리를 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특정상품을 광고하지 않으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출연자들이 오락프로에 입고 나오는 옷에 특정상표가 있을 때는 모자이크 처리가 더욱 심하다.

방송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시청자에겐 여간 눈에 걸리는 게 아니다. 멀쩡한 화면에 눈을 불편하게 하는 모자이크가 나타나면 괜히 짜증이 난다. 어떤 것은 화면 전체가 모자이크 처리되거나 희미하게 만들어 놓아 짜증을 가중시킨다.

모자이크 처리를 하는 경우는 주로 대형사건이 터져 용의자가 붙잡혔을 때 그 얼굴을 가리기 위해서나, 구속된 사람이 수갑을 찬 모습으로 나타날 때이다. 그것도 방송사마다 달라서 용의자의 얼굴을 보여주는 곳이 있는가 하면, 그렇게 하지 않은 곳도 있다.

공인이 잘못했을 경우는 얼굴이 나타나고, 일반인은 모자이크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 방송국 자체에서 일정한 기준을 정해 그렇게 하고 있는 모양이다. 취지는 인권을 보호하는데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겠다.

이처럼 물건이나 사람의 얼굴에 대해 모자이크처리 수법을 쓰는 것은 시청자가 몰라보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촬영하기 전에 특정상품이 표기된 물건을 치우거나, 출연자에게는 상표가 보이는 옷을 입지 말도록 요구하면 될 일이다. 그것이 모자이크 처리 때문에 생기는 시청자들의 짜증을 막는 길이기도 하다.

프로제작자들이 모자이크를 남발하는 것은 타성에 젖었거나 무성의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저 내용만을 중시한 채 찍어놓고 본 뒤 나름대로의 「기준」에 어긋나는 것이 발견되면 그때서야 모자이크처리를 하는 것이다. 시청자들의 기분은 아랑곳없이….

모자이크 처리된 화면은 유난히 눈에 띈다. 방송국 측에서는 시청자들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겠지만 오히려 관심을 촉발시킨다. 그래서 짜증이 나고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그냥 지나칠 일도 모자이크 화면이 나오면 이상하리만치 궁금해지는 것은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능인지도 모른다.

필자는 모자이크 화면을 보면서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무엇을 숨기는 게 아니라 오히려 궁금증을 자아내어 「광고효과」를 올리려는 속셈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모자이크는 우선 시청자들이 관심을 끄는데 성공하고, 이어서 궁금증을 갖게 하니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특정상표에 대한 모자이크 처리를 제대로 하면 이런 의심을 가질 리가 없다. 그런데 일부러(?) 그러는지 처음에는 완벽하게 모자이크 처리를 하다가도 중간쯤 가면 슬쩍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처음부터 관심을 가진 터라 그 상표가 어느 회사의 것인지를 금방 알 수 있다.

필자의 이런 생각이 지나친 비약이라고 지적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품의 PR이 생명처럼 되다시피한 광고전성시대에서 제작진의 농간(?)이 작용할 수도 있다는 의심을 품지 않을 수가 없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광고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아주 특별한 경우는 몰라도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 장면은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놓아두었으면 좋겠다. 시청자들이 보는 프로그램에 몰입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것이 시청자에 대한 올바른 서비스일 것이다.
- 20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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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http://columnist.org/netporter/
칼럼니스트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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