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3년 9월 12일 No. 851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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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좀 잘 쓰소

    9월8일 전북 부안군수가 원전 수거물 시설 유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폭행당했다. 정부는 이 날 즉시 부안에 전, 의경 4천명을 추가 투입하고, 행자부장관과 경찰청장은 군수를 병문안 가고, 대통령은 폭행 가담자를 찾아내 엄단할 것과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1894년 부안 옆 고부에서 동학혁명이 일어났다. 군수 조병갑은 세금 징수에 대한 농민들의 2차례에 걸친 집단 항의를 묵살했다. 이에 분개한 1천여명이 고부 관아를 습격하여 군수를 내쫓았다. 이 사건의 처리를 맡은 안핵사 이용태는 모든 책임을 동학교도와 농민에게 씌우고 주동자를 처벌하려고 하였다. 이 이후의 사건 전개는 대규모 농민 봉기이며, 결말은 30만-40만명의 인명 피해와 조선왕조의 붕괴였다.

    물론 폭력은 지탄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 원인은 충분히 검토되고 서로가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현재 서울 강남을 비롯한 부유층 거주 지역의 부동산 값이 몇년전보다 갑절 정도 올랐다. 단 한달 사이에 아파트 값이 1억원 정도 뛴 곳도 있다는 보도다. 그런데 부안군 위도에 원전 수거물 시설이 들어선다면, 그 인근 지역의 부동산 값은 위험지대라 하여 오히려 현재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지역적으로 불공평하며 상대적으로 큰 손해를 볼 일에 대해 그 곳 주민 아니라 누구라도 어찌 거센 항의를 하지 않을 수 있는가? 더구나 다른 지역에서 기피한 시설을 설치하는 데도 주민들의 의견이 지방자치단체나 정부에 의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주민들의 집단 항의를 이른바 언론이 님비니 어쩌니 하며 냉소적 보도를 계속하는 속에서 말이다.

    근본적으로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문제가 있다. 현재 16기의 원자로가 가동되고 있다. 여기에 영광 5-6호기, 울진 5-6호기가 건설 중이며, 2015년까지 신고리 1-4호기, 신월성 1-2호기를 계속 건설한다고 한다. 이 원자력 발전은 화력 발전보다 비경제적이란 것이 입증되었으며, 안전성 문제로 영국과 독일은 이미 발전을 포기하였다.(졸저 ‘엽기세상’ 참조) 이 말은 원전 관계 시설을 부안 지역에 건설할 필요성을 주민들에게 얘기해 보아야 설득력이 없다는 뜻이며, 군수 폭력의 원인을 정부측이 제공한 셈이란 뜻도 된다.

    소수의 주민이라 하여 그들 의견을 공권력과 법으로 누르고 정부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며, 더욱 심각한 사태를 부르는 불씨다. 헌법 7조에 있듯, 국민의 봉사자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군수가 공적인 일로 국민에게 폭행당했다 하여 법률 개정을 검토한다는 것은 지나친 처사고, 어찌 보면 사건을 진화하는 것이 아니고 확대하는 것이다.

    현 정권이 들어선 지 반 년밖에 안 됐지만 그동안 법 적용이 왜곡된 사례가 여럿 있다. 큰 예는 행자부장관의 표현대로 ‘쓰레기 같은’ 권력자들이 암거래한 몇 억, 몇 백억원이란 거금이 엄격한 법의 집행 없이 냄새만 피우다 흐지부지 사라진 상태다. 그 액수와 비교조차 할 수 없이 적은 카드 빚에 몰린 서민들은 추풍낙엽과 같이 목숨을 버리는 데 말이다.

    그리고 8월14일 노대통령은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보도하였다 하여 김모의원과 4개 중앙 일간지를 상대로 30억원의 피해 소송을 냈다. 여기에 대해서는 헌법 제84조에 명시된 것이 있다. 즉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라는 조항이다.

    이 의미는 대통령이 울컥하여 살인을 하여도 형사상으로 문제삼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만큼 국민 전체를 위해 온 정력과 신경을 써 달라는 뜻이다. 당연히 그 반대의 해석으로, 대통령이 소송을 건다는 것은 인간의 심리와 능력상 직무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위헌이라는 뜻이다.

    - 2003.09.10

홍순훈

아하출판사 대표
herb-ko[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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