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3년 9월 6일 No. 846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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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김나는 ‘합헌적’

    유행하는 말로 진보개혁파와 수구꼴통파 사이의 대립으로, 8월말 한 언론인이 쓴 국민 저항권에 대한 글이 시비를 불러일으키고, 여기에 휩쓸린 한 대령 출신 노병이 가스총을 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그 언론인의 주장은 ‘친북비호 독재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권은 4.19처럼 물리력을 동원해도 합헌적이다. 국민 속엔 군인도 포함된다’는 것이 요점이다. 북핵이 머리 위에서 터진다 해도 눈썹 하나 끔쩍들 않는 세상에 가스총 정도는 얘깃거리가 안 되고, ‘합헌적’이란 말은 곱씹어 볼 만하다.

    헌법 제1조에 써 있듯 주권과 권력을 가진 국민이, 4.19 민주 이념을 계승한 대한민국에서 벌이는 4.19 형태의 저항권은, 어느 정권의 어떤 문제에 대해서나 합헌적임이 틀림 없다. 그러나 국민 속에 ‘군인‘을 포함시킨 것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군인도 국민이지만, 군인은 무기를 소지한 집단으로 맨주먹인 일반 국민과는 구별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헌법 5조에도 국군에 관한 사항을 별도로 정해 놓았다. 그리고 언론인이 말한 군인은 이 국군의 일부임이 분명하다.

    헌법 5조는 ‘국군은 국가의 안전 보장과 국토 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을 준수한다’고 되어 있다. 국군의 저항권이란 국토 방위와 정치적 중립성에는 해당되는 사항이 아닐 것이다. 문제는 국군이 ‘국가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것인데, 그 내용이 불명확하다. 다만 헌법 76조 긴급 조치권, 77조 계엄 선포권 등의 내용이 국가의 안전에 관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해당되는 범위가 내우, 외환, 천재지변은 물론 재정, 경제상 위기 그리고 전시, 사변은 물론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 등 국내의 어느 사건이나 판단하기에 따라서는 국가의 안전에 관계 안 되는 것이 없게 되었다. 이 안전, 불안전의 판단은 국군의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한다.

    대통령이 국가의 안전을 빌미로 헌법 76조와 77조의 권한을 부당하게 행사하여, 헌법 1조의 국민의 주권과 권력을 제한, 박탈할 수 있는데, 실제로 지난날 국민이 경험한 바다. 이 때 국군은 헌법 1조의 수호 즉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을 취할 의무가 있다. 여기서 군인의 저항권이 인정되며 동시에 ‘합헌적’이라 할 수 있다.

    이 경우 이외의 목적으로 정권에 대한 물리력을 동원한 군인의 저항은 쿠데타다. 이 행위는 정권을 탈취할 목적으로 국체, 정체 등 국가의 기본을 뿌리째 둘러엎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따라서 합헌적이란 말은 성립되지 않고, ‘초법적’이라 해야 할 것이다. 박정희 쿠데타가 그 예다.

    다음은 위의 언론인 주장과 연관된 것인데, 진보개혁파와 수구꼴통파의 쟁점인 ‘통일‘이 합헌적인가 아닌가 이다. 현재의 헌법으로는 통일이 합헌적이 아니라고 본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헌법 3조에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고 되어 있다. 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 추진하며, 66조는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 이며, 이밖에 여러 개의 통일 조항이 있다.

    ‘통일‘이란 두 개 이상의 것을 하나로 합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 즉 압록강과 두만강 이남으로 확정하였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이 합칠 땅은 어디에 더 있는가? 헌법에, 한반도 이외는 표시된 땅도 없고 북한에 대해서도 어떤 표현이 없다. 그럼에도 ‘통일을 지향‘하고,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통일의 의무‘를 진다는 것 등은 실체가 없는 허구성을 띤 규정이며 논리의 모순이다. 따라서 통일에 관한 조항은 법으로서의 적합성을 상실하여 ’통일‘이란 말 자체가 합헌적일 수 없다.

    다만 ‘조국의 통일’이라 거듭 표현하였는데, 조국은 어느 나라인가? ‘조국(祖國)’이란 조상 적부터 살아온 나라다. 그러나 조상이 살았다 하여 일본제국이나 이씨의 조선왕조가 대한민국 국민의 조국일 수 없다. 그 이유는 현재의 국가가 과거의 국가와 단절되었기 때문이다. 즉 대한민국은 국체나 정체 등을 과거와는 전혀 다르게 꾸민 나라로, 대한민국 국민의 조국은 대한민국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헌법의 ‘조국의 통일’이란 ‘대한민국의 통일’과 같은 뜻으로, 영토 통일과 마찬가지로 논리의 모순이며 합헌적이 아니다. 북한인이 입만 벌리면 ‘조국’이라 하는데, 그들도 당연히 이 논리가 적용된다.

    영토가 아니고 사람을 하나로 합치는 것을 통일이라 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통일이 아니고 화합, 친해지는 것 또는 결혼이다. 이런 것은 국가가 관여하여 헌법에 규정해 놓고 추진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 이유는 사람의 감정은 법이란 글귀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헌법의 통일 조항이 이런 성질을 거스르므로, 현재 사람들이 치고 받고 어떤 자는 창문에서 뛰어내리고 가스총까지 쏘게 된다.

    헌법의 첫머리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 국민’이다. ‘대한민국’이었던 것을 언제부턴가 ‘대한 국민’으로 글짜 2개만을 간단하게 바꿔 놓았는데,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국민=사람‘이란 있을 수 없다. 그 빛나는 것을 ’대한‘이란 나라로 볼 수도 있다. 이 대한을 1897-1910년까지의 대한제국이라면 위에 쓴 정통성 문제에 걸리고, 대한민국의 줄임말이라면 국가 성립의 기본인 헌법의 첫머리부터 국호를 줄여 쓰는 몰상식에 걸린다. 이런 헌법에 ‘합헌적’이니 아니니 따지니 헛김난다.

    - 2003. 9. 6

홍 순 훈

아하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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