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3년 8월 31일 No. 841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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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망신 자초한 외교통상부 홈페이지

외교통상부는 외교, 외국과의 통상교섭, 조약, 기타 국제협정, 재외국민의 보호, 국제사정 조사 및 이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중앙행정기관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외국에, 외국을 국내에 제대로 알리는 역할을 맡고 있는 중요한 부서이다.

그런데 외교통상부 공식 홈페이지(mofat.go.kr)가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남의 나라를 잘 못 알리고 있기 때문이란다. 몇 가지만 예를 들어보자. “미국의 수도 워싱턴시가 워싱턴주에 있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도 하다. 필자도 한때는 그렇게 여겼다. 아니 「워싱턴」이라고 하면 그저 미국의 수도이거니 생각했을 뿐 워싱턴주가 따로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었다,

대범하게 생각해서 이 같은 실수를 애교(?)로 받아들인다고 치자. 문제는 틀린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선 초등학생들조차 알고 있을 듯한 홍콩에 관한 내용이다. “홍콩은 독립국”이라고 버젓이 써놓았다. 홍콩은 1842년부터 영국령 식민지가 됐다가 1997년 7월 1일을 기하여 155년간의 식민지 역사를 청산하고 중국으로 반환된 곳이다. 벌써 6년이 지난 일인데도 그랬으니 어이가 없다.

홈페이지 왼쪽 아래에 있는 「세계시차표」를 클릭해서 들어가 보면 미얀마(Myanmar : 옛 국호 Burma)가 Barma로 돼있다. 국명이 버마에서 미얀마 바뀐 것은 1989년으로 벌써 24년이 흘렀는데도 아직까지 착각을 하고 있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 뿐이 아니다. 스위스(Switzerland)를 Switserland로, 대만(Taiwan)을 Thaiwan으로, 방글라데시(Bangladesh)를 Banglades로, 우크라이나(Ukraine)를 Ukrain으로 각각 틀리게 표기하고 있다. 영국령 지브롤터가 스페인령으로, 스코틀랜드 도시인 글래스고가 잉글랜드에 속한다고 오기하고 있다. 호놀룰루가 하와이, 런던이 잉글랜드에 속한 것으로만 표기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금까지 필자가 언급한 것은 바로 어제까지의 일이다. 이런 사실이 모 신문에 보도되자 즉각 교정작업을 한 모양인지 오늘(30일) 아침에 홈페이지를 검색해 보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바로 잡혀져 있다. 남이 지적을 하면 그때서야 부랴부랴 난리를 치는 행정기관의 버릇은 외교통상부라고 다름이 없지를 않는가.

이처럼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나라이름의 영문 표기가 틀리고 도시와 주의 연결이 사실과 다른가 하면, 일부 지명은 영유권 표기까지 잘못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국가적 망신은 제쳐놓고서라도 해당국가로부터 아무런 항의를 받지 않았던 것만도 다행이라고 하겠다.

외교부는 지난 6월에도 시차표에 우리나라 영문표기를 「South Kore」로 오기했다가 시민의 항의를 받고서야 「South Korea」로 정정하는 소동을 벌였다. 이마저도 외교부가 모든 경우에서 우리 국명을 'Korea' 또는 'Republic of Korea'로 표기하는 것이 관행인데 스스로 대한민국이 아닌 남한이라는 뜻의 「South Kore」를 썼으니 한심한 일이다. 도대체 외교부 사람들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긍심이 있는지가 의심스럽다.

우리는 군사정권 시절 대한민국을 영문으로 쓸 때 「South Korea」라고 하면 중범을 저지르는 것과 다름없었던 기억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신문기자였던 필자로서는 설사 외국신문이나 방송이 「South Korea」라고 표기를 할지라도 신문에서 쓸 때는 반드시 「대한민국」 또는 「한국」이라고 썼던 사실을 뚜렷이 기억하고 있다.

심지어 외국의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등 국가 또는 지도자가 별 생각 없이 대한민국을 「South Korea」라고 지칭하면 정부당국은 외교채널을 엄중히 항의하기까지 했다. 외국의 신문사나 방송사에 항의하는 경우도 예사였다.

군사정권 때처럼 하자는 말이 아니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고 마음대로 말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하지만 우리의 국호를 올바로 써야 할 관련부처에서 먼저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반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잘못된 일이 벌어져도 몰랐거나, 알면서도 그대로 방치했던 담당자들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지나친 요구일까.  

필자는 이번 경우를 보면서 2000년 10월에 발생한 「2002년 월드컵 조직위원회」의 영문 홈페이지 때문에 빚어졌던 「홈페이지사건」을 떠올려 본다. 당시 한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월드컵 영문 홈페이지가 국가 공식사이트라고 보기에는 어처구니가 없는 부적적한 내용이 많다”고 지적했는데, 이 문제로 월드컵 조직위위원회가 난리를 겪다시피 했다.

그 당시에 문제가 됐던 내용은 여러가지가 있었다. 「방문시기」에 관해 "월드컵이 개최되는 기간인 5∼6월은 일본 관광객이 붐빌 때이므로 호텔은 예약이 안 된다. 여름은 무덥고 태풍이 불 수 있으니 월드컵이 끝난 뒤인 9∼10월 방문해 달라"는 것을 포함해 「건강상 주의사항」에서는 "특별한 위험은 없으나 장티푸스, 소아마비, 파상풍, 디프테리아 접종을 고려해야 한다"고 권해 한국의 위생상태가 극히 나쁜 후진국으로 비쳐지게 했었다.

또 월드컵을 공동 개최하는 일본을 「혹독한 지배자」라고 표현하고 “한국에는 반일감정이 여전히 강하다”고 소개함으로써 일본 측의 공연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를 낳게 했다. 자료도 부정확해 무비자체류기간이 30일인데 15일이라고 돼있었으며, 시·군 단위 지역 전화번호가 이미 시·도 단위로 통일됐는데도 수정하지 않았다.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물의가 빚어지자 월드컵 조직위원회 사무총장과 홍보담당자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만 했다. 당시 이 문제에 대해 칼럼을 썼던 필자는 사고의 원인을 「디지털 격차」때문이라고 지적했었다.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은 네티즌이지만 이를 관리하는 것은 인터넷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는 기성세대라는 사실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았던 것이다.  

『이번 「사건」은 인터넷시대를 맞은 상황에서 기성세대에게 문제가 되고 있는 디지털격차가 발단이 되지 않았나 하는 것이 필자의 시각이다. 젊은 세대는 인터넷에 익숙해있지만 그렇지 못한 기성세대는 인터넷을 만사형통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는 경향이 짙다.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 그저 홈페이지를 만들어 놓으면 되는 걸로 알 뿐 관리에는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인터넷을 멀리하고 있는 기성세대들이다. 조직위를 이끌어 가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인터넷의 속성을 잘 모르는 기성세대여서 이 같은 실수를 빚었지 않았나 싶다.』

위의 글은 당시에 필자가 썼던 칼럼의 일부를 인용해본 것이다. 그리고는 “월드컵홈페이지와 관련한 이번 사건은 홈페이지를 만드는 일 못지않게 관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홈페이지 전성시대를 맞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 모두가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 같다”고 결론을 맺었다.

당시의 글은 외교부의 홈페이지사건과 관련해서도 유효(?)한 것 같다. 이번 외교부의 실수를 외교적 차원에서만 보아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 조직을 이끌어 가는 사람들, 즉 기성세대들이 인터넷시대를 어떻게 영위해야 하는지를 되새겨 보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바람이다.
- 200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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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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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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