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3년 8월 24일 No. 836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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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돼 가는 몰래카메라 공포

양길승 전 청와대 부속실장에 대한 몰래카메라(일명 몰카) 파문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몰카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몰카는 범죄꾼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남몰래 감시 당할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서민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등장하는 「빅 브라더」를 연상케 하는 몰카야말로 우리들이 마음대로 말과 행동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괴물(?)이라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감시카메라가 우리 주변의 곳곳에 설치돼 있는 상황에서 몰카까지 극성을 부리고 있으니 우리는 자신의 행동에 여간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양실장의 향응파문도 21일 구속된 김도훈 검사가 청주 K나이트클럽 사장 이원호씨의 비리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몰래카메라를 찍던 중 양씨의 행각이 카메라에 찍히면서 촉발된 사건이다. 이 문제는 일파만파를 일으켜 김검사는 사표를 내고 급기야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과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혐의내용은 김검사가 홍모씨 부부에게 지시, 용역업체에 의뢰해 양실장의 행동을 몰래 찍도록 하고 이를 언론사에 이를 건네줘 보도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양실장의 부적절한 행동이 문제의 초점인지, 김검사의 수사방법이 그런 것인지가 애매할 만큼 검찰수사의 방향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 같아 많은 아쉬움을 남겨주고 있다. 한 검사의 수사방법이 잘못된 것보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행동거지가 잘못된 것에 초점이 맞춰져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몰래카메라의 대표적인 경우는 파파라치들이 찍는 사진이다. 인기가 많은 영화배우나 운동선수들을 알게 모르게 쫓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파파라치라고 부르는데 영국의 다이애너비도 1997년 8월 파리에서 이들을 피하려다가 교통사고로 숨졌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2001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시행했던 「카파라치」제도(도로교통법위반신고 포상금제)는 몰카의 대표적인 케이스로 볼 수 있다.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차량을 은밀한 곳에서 찍어 경찰에 고발함으로써 상당한 액수의 보상금을 탔던 카파라치의 수가 전국적으로 수천명은 됐을 것이다.

요즘에는 이들 카파라치가 업종(?)을 바꿔 해수욕장이나 관광지를 무대로 하는 「쓰파라치」(불법 쓰레기 투기 감시)나 약국을 대상으로 하는 「팜파라치」(불법약 판매행위 적발)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자파라치(불법자판기 적발)에 담파라치」(담배꽁초 투기 감시), 「노파라치(노래방의 주류판매 신고), 「농파라치」(농지를 전용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전용허가를 받는 사람을 신고)까지 있다고 하니 쓴웃음을 감출 수가 없다.

몰래카메라로 상대방의 움직임을 실수 없이 정확하게 찍으려면 성능이 좋아야 한다. 청와대의 양실장이 술집에서 나오는 장면을 찍은 카메라는 아무리 어두운 곳이라도 찍힌 사람의 얼굴이 분명히 나올 정도로 그 성능이 매우 우수하다는 사실을  TV에서 확인할 수가 있었다. 그 몰카의 기종이나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으나 예사로운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렌즈구경이 1.5mm에 불과한 초소형 카메라가 좀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초저조도 카메라는 0.0005룩스(촛불 밝기의 1만분의 1)의 어둠 속에서도 사물의 윤곽을 뚜렷이 잡아낼 수 있는 고성능을 자랑하고 있다. 이런 카메라들이 청계천 전자상가에서만 한달에 1백개 정도가 팔리고 학생들도 사간다고 하니 정말로 놀라운 일이다.

소형카메라는 당초 상업용이나 산업용으로 개발된 것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사생활 침해의 도구로 악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요즘에는 카메라의 기능을 가진 휴대폰, 즉 「폰카」까지 등장해 아무 장소에서나 「도둑촬영」을 하고 있으니 문제가 보통이 아니다.

타인을 몰래 촬영하는 일로 끝나면 모르겠지만 도둑촬영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공간에 마구 올리고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그렇게 되면 피해자로서는 수습할 길이 없어진다. 인터넷이라는 게 유인물과 달라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즉시에 파급·확산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몰래카메라로 타인을 찍는 행위가 개인의 사생활과 인권보호의 차원에서 엄중히 규제돼야 하지만 마땅한 처벌법규가 없다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런 실정은 몰카행위를 오히려 부채질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물론 몰래카메라로 영상이나 사진을 공개할 때는 명예훼손 혐의가 적용될 수 있겠지만 범죄의 예비나 모의단계에서 이루어지는 몰카행위는 처벌이 불가능한 것이 현행법의 한계라고 하겠다. 또 여성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몰카비디오 등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경우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법률로 처벌이 가능하지만 입증이 어려워 적용사례는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법조계에서도 수치스러운 신체부위를 촬영하는 것 이외에 상대방의 동의를 얻지 않은 몰카를 처벌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비디오 테이프의 경우도 특정인의 음성이 동의 없이 녹음돼 있을 경우 도청으로 간주돼 통신비밀 보호법의 적용을 받지만 이 역시 직접적인 처벌근거가 되지는 못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는 몰카에 대한 처벌법규의 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관련법령을 하나로 통합한 사생활 보호법의 제정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1980년도에 OECD(경제개발협력기구)가 프라이버시보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낸 후로 자국의 상황에 맞는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한 기본 법률들을 제정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개인의 사생활을 어느 정도까지 보호할 것인지에 대해 하루 빨리 사회적인 합의를 도출해야 할 시점을 맞았다고 하겠다.

- 20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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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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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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