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834 칼럼니스트 2003년 8월 18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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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안 보는데요"

친지 한 분은 신문 기사를 열심히 스크랩한다. 그의 집무실 한 켠에는 가위질당한 신문들이 쌓이고 또 한 켠에는 오려낸 기사들이 쌓인다. 가위질당한 신문은 그 날로 당연히 쓰레기통에 들어간다. 오려진 기사 뭉치들도 결국 쓰레기통에 들어간다. 그 생명이 며칠 더 간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는 오리고 버리는 일을 날마다 한다.

그러는 것을 몇 차례 보다가 내가 물었다. "오린 기사를 나중에 얼마나 보십니까?" 그의 대답은 "열 개 오리면 한 개 볼까말까지요."

그렇게 시간 들여서 오리지 말고 필요할 때 인터넷을 이용하라고 권하면, "인터넷을 할 줄 모르니까..."하고 말한다. 그리 어려운 것 아니니까 이용 방법을 가르쳐 드리겠다고 하면, "배우기는 배워야겠는데... 나중에 시간이 있을 때..." 하는 것이 그의 정해진 대답이다. 이 똑같은 대화는 해를 넘어 되풀이되고, 오늘도 그는 가위를 들고 신문을 본다.

신문학 강의 첫날, 나는 대학생들에게 간단한 질문지를 돌린다. 무슨 신문을 읽느냐, 무슨 기사를 주로 읽느냐, 기억되는 기자나 칼럼 집필자의 이름은 무엇이냐, 인터넷으로 뉴스를 읽느냐 하는 따위를 묻는다. 놀랍게도 적지 않은 학생들이 신문을 보지 않는다고 답한다. 그 학생들에게 왜 신문을 읽지 않느냐고 수업시간에 물으면, "인터넷 보면 되는데요."가 그들의 답이다. 신문을 보지 않는 학생들의 신문학 수강, 내 고개는 갸우뚱해진다.

종이 신문의 미래가 과연 어떻게 될까. 종이 신문이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신문기자 출신인 나뿐만 아니라, 많은 언론학자들과 언론 종사자들의 의문이다. 스크랩까지 하며 열심히 종이 신문을 보는 이들의 수는 줄어들 것이고 신문을 보지 않는 이들은 늘어날 것이다. 아직은, 젊은이라 해도 신문을 보는 축이 안 보는 축보다 많다는 것이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 벼룩시장 [즐거운 인터넷 여행] 2003.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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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문
칼럼니스트, 대진대학교 통일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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