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3년 8월 17일 No. 833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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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섭의 세상 엿보기(22)
국화 베개

하루가 편하려면 잠자리가 편해야 한다. 침대나 이부자리 못지 않게 베개에 신경을 쓰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베개는 재질에 따라 다양하다. 요즘 같은 여름철에 흔히 쓰던 목침과 대(竹)베개가 있는가하면 자기(瓷器)로 만든 초침도 있다. 둥글고 긴 주머니에 쌀겨를 넣은 곡침과 6∼8개의 골을 내고 골마다 수를 놓고 속에 겨를 넣어 베갯잇을 씌운 골침도 있었다.

베갯모의 무늬에 따라 학(鶴)침·호(虎)침·목단(牧丹)침·연화(蓮花)침 등이 있었으나 한 쌍의 봉과 일곱 마리의 새끼 봉을 수놓은 구봉침을 으뜸으로 쳤다. 부부 금실이 좋아 자녀를 많이 낳으라는 다산다복의 의미가 담겨 있어 신혼 때 많이 쓴다. 베갯속은 왕겨·메밀껍질·깃털 등을 넣었고 아기베개엔 좁쌀을 넣어 부드럽게 만들었다.

네덜란드의 저명한 의사 헤르만보오하브는 2만 달러에 경매된 그의 저서 '의학에서 오직 한가지 심오한 방법'이라는 책에 "당신의 머리를 차게 하고 발을 따뜻하게 하라. 그러면 당신은 건강할 수 있고 의사는 할 일이 없게 될 것이다"라는 글 한 줄만 썼을 뿐 나머지는 모두 여백이었다고 한다. 동양에서도 '두한족열(頭寒足熱)'이라 하여 '머리는 차고 발은 따뜻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의보감'에는 녹두·결명자·국화꽃 베개가 불면증·고혈압에 좋다는 기록이 있다. 아기의 머리를 총명하게 하고 머리 열을 내리기 위해 솜 대신 좁쌀을 사용한 것도 조상의 지혜가 담겨 있다.

요즘은 머리를 차고 편하게 하는 기능성 베개가 많이 나왔다. 녹두·결명자 씨앗 등으로 만든 씨앗베개, 참숯베개, 대숯베개, 참숯과 맥반석을 분쇄해 만든 '참숯생석베개' 허브향이 나는 허브베개, 녹차베개 등 다양하다. 베개 속에 말린 국화잎을 넣은 국화베개는 두통 및 고혈압, 중풍 등에 효험이 있다는 특산품이다.

최근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수백만원어치의 향응을 받고, 국화베개를 포함한 상당한 선물을 받았다하여 물의를 빚어 청와대를 떠났다. 그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광주 승리'를 이끌어낸 일등공신이다. 지근의 거리에서 대통령의 업무 일정과 건강문제 등을 챙겨 왔으나 결국 '인맥의 덫'에 걸려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됐다.

'권력은 권력자와의 거리에서 나온다'는 철칙을 감안하면 그 자리는 실세중의 실세자리다. 그래서 유혹이 끊이지 않는다. YS 정권 때도 부속실장이 '부동산 등에 위장투기를 했다'는 야당의 폭로로 낙마했다.

청와대는 차제에 권력 핵심에 대한 자체 사정활동을 더욱 강화하고 스스로의 도덕성을 다지는 자성의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자연인으로 돌아 간 그가 국화베개를 밴들 머리가 맑아져 단잠을 잘 수 있겠는가.

- 담배인삼신문 2003.08.14

이규섭

여행작가·시인·칼럼니스트, 전 국민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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