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3년 8월 4일 No. 824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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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섭의 세상 엿보기(20)
1000만원짜리 술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언론사 옛 동료는 주량이 챔피언 급이다. 현직 기자시절은 물론 백수가 된 요즘에도 거의 매일 술을 마신다. 그에게 1년에 몇 차례 술을 마시냐고 물으면 700차는 넘는다고 한다. 결코 과장이 아니다. 1년 중 평균 300일은 술을 마시고 1차로 끝나는 경우는 드물다. 2차를 가지 않으면 노래방이라도 들러야 직성이 풀리니 700차는 훨씬 넘는다. 비단 그 동료뿐 아니라 한국인들은 술을 마셔도 너무 많이 마신다.

지난해 국내 술 소비량은 소주 9305만상자(360㎖ 30병), 맥주 2억400만상자(500㎖ 20병), 위스키 353만8000상자(500㎖ 18병)에 달했다. 이를 병으로 계산하면 소주는 27억9150만병이고, 맥주는 40억8000만병, 위스키 6369만5000병이나 된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를 4760만명으로 따져볼 때 1인당 소주 59병, 맥주 86병, 위스키 1.3병을 마신 셈이다.

만15세에서 64세까지의 경제인구 3400만명을 나눠보면 한 명당 소주 82병, 맥주 120병, 위스키 1.9병 꼴이다. 술을 마시지 않거나 못 마시는 사람을 뺄 경우 이 수치는 더 늘어나기 마련이다. 여기에 전체 주류시장에서 10% 가량을 점유한 약주·매실주·와인 소비량까지 감안하면 우리 국민들의 음주량은 지나치게 많다. 워낙 어울려 술 마시기를 좋아하는 민족성 탓인지, 술 권하는 사회 탓인지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한국인의 술 소비량은 해마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한 시사주간지는 '한국은 세계 고급 스카치위스키 시장의 희망'이라고 비아냥거렸을 정도로 양주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술 소비의 고급화 추세는 명품과 브랜드를 좋아하는 허영심 탓일 수도 있다. 마셨다하면 2∼3차로 이어지는 음주 행태와 폭탄주를 권하는 음주문화 영향도 크다.

한국인의 고급위스키에 대한 일부 계층의 집착은 워낙 유별나 세계최고등급(SP)의 발렌타인 17년산과 로열 살루트 같은 값비싼 양주를 서민들 소주 마시듯 한다. 발렌타인17년의 경우 2001년 생산량 16만 상자중 6만 상자(35.7%)가 한국에서 팔릴 만큼 인기가 높아 아예 한국인을 겨냥한 '발렌타인 마스터스'를 따로 만들어 첫 출시를 한국에 했을 정도다. 스코틀랜드 에드링턴그룹이 1000병 한정 생산한 '매칼란 1942'는 국내 백화점에서 500만원에 팔린 적도 있다.

이제는 한 병에 1000만원짜리 위스키가 나온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제조사 시바스 브러더스는 로열살루트 출시 50년을 기념해 50년 이상 숙성 원액으로 '로열살루트 50년' 255병을 한정 판매한다고 밝혔다. 시바스 브러더스 측은 50년 전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에드먼드 힐러리 경에게 '로열살루트 50년' 1호를 헌정했다. 우리나라에도 20병이 배정돼 8월에 시판되며 가격은 최소 1000만원 넘을 것이라고 한다. 누가 1000만원짜리 양주를 구입할 것인지 그 것이 궁금하다.

- 담배인삼신문 2003.07.25

이규섭

여행작가·시인·칼럼니스트, 전 국민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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