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3년 8월 3일 No. 823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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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만 해도 죄가 되는 음란사이트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음란사이트라고 할 수 있다. 음란사이트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어도 전세계에 존재하는 사이트의 80%가 넘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 터여서 그 폐해서 어느 정도인지 쉽게 짐작할 수가 있다.

우리들이 하루에도 수십통씩 받게 되는 스팸메일도 대부분이 성인광고, 즉 음란메일이다. 혹시나 하고 열어보면 어김없이 낯뜨거운 장면이 나타난다. 이런 메일들은 어른이나 어린이를 구별하지 않고 마구 전송되는 바람에 심각한 상황을 야기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국회의 국정감사에서는 고교생의 절반 가량(48.8%)이 성인사이트에 접속한 경험이 있고, 특히 남학생들의 접속률은 74.9%나 된다는 사실이 보고됐었다. 지난 2001년에는 인터넷상에서 음란사이트를 운영한 고교생 등 10대 7명이 한꺼번에 경찰에 적발되어 한명이 구속되고 6명은 불구속 입건되는 일도 있었다.

벌써 2년 전에 고교생이 음란사이트를 보는 정도를 넘어서 직접 만들어 운영을 했을 정도이니 지금쯤은 음란사이트가 얼마만큼 기승을 부리고 있는지 가늠하기조차 힘든 실정이라고 하겠다.

음란사이트는 성인보다는 청소년들에게 더 큰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해진다. 유명 포털사이트들은 이에 대처하는 방안으로 어린이전용 사이트를 운영하기도 한다. 네이버의 「주니버」는 이미 지난 99년 4월 국내 최초로 문을 열었고, 2000년에는 야후의 「꾸러기」, 한미르의 「개구쟁이」가 잇달아 오픈했다. 지난해에는 MSN의 「키즈」가 등장했다.

최근에는 인터넷 사이트 유해정보 가운에 음란물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 이 같은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지난 6월25일부터 7월5일가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불법·청소년 유해정보 신고대회」에서 음란물에 관한 신고가 전체의 81%를 차지했다.

개인 2천53명, 단체 20팀(556명) 등 모두 2천609명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1만4천2백96건의 불법·유해정보가 신고됐는데, 이 가운데 음란정보가 6천440건으로 45%, 음란스팸메일은 5천179건으로 36%를 각각 차지해 음란물에 관한 신고가 가장 많았다.

불건전한 사이트는 사이트 그 자체도 문제이지만 건전한(?) 사이트에서조차 음란사이트 등 유해사이트와 링크시켜 놓은 경우가 많아 문제를 가중시키고 있다. 실제로 여러 곳의 사이트를 서핑하다 보면 음란사이트가 불쑥 나타나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들어간 곳은 분명히 건전사이트인테 그곳에 불건전사이트를 연결시켜 놓았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2년전 국내외 커뮤니티와 검색 포털사이트 1백22개를 모니터링한 결과 94개의 사이트가 검색엔진이나 배너광고를 통해 성인 정보사이트와 링크돼있는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준 일이 있었다.

조사결과 C사이트의 경우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주인공 「포켓 몬스터」를 입력했을 때 표시되는 게시판 자료실에는 8만여개의 음란물이 올라와 있었고, D사이트는 검색어에 「성인」이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바로 성인만화 사이트 등으로 연결되는 배너가 4만2천1백86개나 나타났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은 최근 사상 처음으로 인터넷 홈페이지에 음란사이트를 링크(연결)만 시켜놓아도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판결을 내렸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朴在允 대법관)는 29일 자신이 운영하는 속옷 관련 인터넷 홈페이지에 수십개의 음란 사진·소설 사이트를 링크시킨 혐의로 기소된 李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인터넷 이용자가 마우스클릭이라는 간단한 방법으로 다른 문서나 웹페이지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한 것은 음란물을 직접 전시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밝히고 "이런 해석은 링크기술의 활용과 효과를 극대화하는 초고속정보통신망 제도를 전제로 한 전기통신기본법의 입법 취지에도 맞는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한다.

李씨는 지난 98년 5월 음란물 사이트를 링크했다가 99년 기소됐으나 1, 2심에서 "링크사이트 개설은 음란한 부호 등을 전시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받았다가 이번에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 판례는 앞으로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한 사법당국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관계자도 음란사이트의 링크행위를 위법으로 판단한 것은 대법원의 첫 판례이며 "외국에서도 이런 판례가 나온 경우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고 하니 참으로 현명한 판결이 아닐 수 없다고 하겠다.

우리는 지금 인터넷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들에 대해 현행 법규나 제도로 다스릴 수 없는 경우가 많아 고민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미리 예측해서 대책을 사전에 마련한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때일수록 대법원의 이번 판결처럼 「애매모호한 범죄성 행위」에 대해 사법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세무관서 등 관계기관이 융통성 있게 법조항과 규정을 적용해 대처해나가는 지혜가 요구된다. 그렇게 되면 사이버상에서 빚어지고 있는 갖가지 혼란상태를 어느 정도나마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 20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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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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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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