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3년 7월 22일 No. 816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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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연간작전'의 하프타임

축구경기의 전반전과 후반전 사이의 하프타임(half time)은 창조적 휴식시간이다. 전반전의 전략을 점검하고 후반전을 준비해야 경기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다. 농구감독은 작전타임을 통해 열세의 경기흐름을 끊고 새로운 작전을 선수들에게 주지시킨다.

우리의 삶에도 하프타임이 필요하다. 특히 인생의 절반 정도를 살아온 사람이라면 반드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의도된 방향으로 삶을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내 인생의 지향점과 목표는 과연 옳은 것인가? 내 재능과 시간을 어디에 어떻게 투자해야 할 것인가?. 나는 내 인생 목표의 어디쯤 와 있으며 바른 길로 가고 있는가? 자문자답하면서 인생전략을 점검하고 계획을 수정하는 것이 인생 하프타임이다.

인생의 하프타임이 30∼40대라면, 일주일의 하프타임은 수요일이고, 한 해의 하프타임은 상반기를 마감하고 하반기로 접어드는 7월이다. 연초에 세웠던 신년 계획들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새해에 한 결심들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2003년의 하프타임'에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새해 벽두엔 누구나 부푼 '희망'을 가슴에 안고 한가지씩의 소망을 품거나 계획을 세운다.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통해 한해 나라살림 계획을 밝히고, 기업은 새해경영 지침을 마련하여 임직원들에게 알린다. 거대한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나라살림과 회사경영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데, 하물며 개인의 소망과 계획이 뜻대로 이루어지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연초 어느 대기업 홍보팀에서 사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의 계획들을 보면, "술과 담배를 줄이겠다" "내 집 마련에 성공하겠다" "올해엔 꼭 결혼하겠다" 등 생활과 인생설계에 관련된 것들이 많았다. 예전과 달라진 것은 금주(禁酒)를 각오하는 여사원들과 뱃살빼기 프로젝트에 임하겠노라고 다짐하는 남자 사원들이 의외로 많았다는 점이다. 현재의 삶을 벗어나 좀더 다채로운 빛깔의 삶을 살겠노라, 건강하게 활기차게 살겠노라, 사회에 의미 있는 사람이 되겠노라는 각오도 있었다.

이밖에도 새내기 사원들은 "최고가 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기필코 프로가 되겠다"는 다짐을 했을 것이고, 중견 사원들은 승진에 희망을 걸기도 했을 것이다. 퇴직자들은 창업 계획을 세웠을 것이고, 젊은이들은 바늘구멍 같은 취업의 문턱을 넘겠다는 각오와 다짐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난봉자식 마음잡아야 사흘이다'는 속담처럼, 담배를 끊겠노라고 다짐해놓고 주변사람 담배만 축내고 '작심3일(作心三日)'로 끝난 것은 아닌지?, 뱃살빼기 프로젝트를 위해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고 있으며 반년 동안 얼마나 성과를 거뒀는지?. 사회에 의미 있는 사람이 되겠다면서 봉사활동에 한번이라도 참여한 적은 있는지?. 창업을 위한 준비는 어느 정도 진척됐는지?, 취업실패의 원인은 무엇이고, 눈높이를 낮춰 어떻게 재도전 할 것인지?. 한 해의 하프타임지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들이다. 목표의 진척도, 추진과정에서의 시행착오 등을 점검하여 수정할 것은 수정하고, 보완할 점은 보완하는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성공적으로 한해의 계획을 성취할 수 있다.

어딘가 실타래가 꼬여가고 있다고 판단되면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새롭게 각오를 다지고 항상심(恒常心)을 되찾는 것이 좋다. 산 속에서 조난 당했을 때 가장 안전한 방법은 처음 길을 잃었던 곳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어느 기계 전문 메이커 사업에 성공한 창업자는 큰 사옥을 지어 입주한 뒤 자신이 최초로 만들어 판 제품을 비싼 값을 치르고 되사다가 회장실에 설치했다. 그는 처음 만든 제품을 바라보며 창업했을 때의 고통을 생각하고, 성능이 미흡했던 기계를 사주었던 고객의 은혜에 감사하려는 뜻에서다. 그 창업자는 초심을 일생 동안 되새기며 뜻을 이룬 성공한 사례다.

초심이란 어떤 일을 시작할 때의 마음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결의를 새롭게 하면 근원적인 활력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폭발력을 갖게 된다. 초심을 꾸준하게 유지하는 것이 항상심이다. 불교에서도 '깨달음을 향해 처음 마음을 낼 때가 바로 진리 구현의 순간(初發心時便成正覺)'이라고 했다.

초심의 빛나는 순수가 바래면 삶도 허무하게 무너진다. 축구경기에 크게 밀린다고 경기를 중도에 포기하고 그라운드를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인생을 흔히 마라톤에 비교하지만 마라톤엔 하프타임은 없고 하프라인 격인 반환점만 있을 뿐이다. 마라톤은 힘들고 지치더라도 완주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아무리 어려운 계획이라도 초심대로 잘 밀고 나간다면 그리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 국민신용카드 사보 7월호(2003.07)

이규섭

여행작가·시인·칼럼니스트, 전 국민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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