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3년 7월 21일 No. 813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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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고객의 허무한 운명

인터넷 관련 서비스 회사의 고객(회원)은 중요한 무형자산이다. 회원이 많은 만큼 회사의 가치가 높다. 산뜻한 서비스로 회원을 많이 모아 평판이 괜찮다 싶어지면 어느 날 이 회사는 더 큰 회사에 인수된다. 창업자가 회사 가치를 높인 다음 비싼 값을 받고 팔아넘겨 돈을 번 것이다.

이것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일이 아니다. 투자액의 몇 갑절 또는 몇 십 갑절의 수익을 챙긴, 유능한 돈벌이꾼의 솜씨는 찬양할 만한 것이다. 기업은 돈 벌려고 하는 것이며, 돈 버는 데 열정을 바치는 것이 기업가 정신 아닌가.

그런데, 고객인 회원의 처지는 기분 좋은 꼴이 되지 않는 수가 많다. 넘겨받은 쪽에서는 거기 딸려 오는 고객에 신경써야 하는데도 그러하지 않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합병하고 나면 대개 유료 서비스로 전환한다. 이 때 인수당한 회사의 옛 무료 회원은 찬밥 신세가 된다. 유료회원이라고 더 나을 바도 없다. 전에 낸 회비의 정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이 없고 다시 등록하라니 더 고약하다.

이런 행태는 국내나 국외나 비슷하다. 아마, 사이버 세계의 특성 때문인지 모른다. 인터넷 관련 서비스 회사들의 운명은 굴뚝산업 회사들보다 훨씬 유동적이어서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폐업하면 굴뚝 아니라 벽돌 한 장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것이 인터넷 세계의 회사다.

고객은 흔적 없이 사라진 회사에 불만을 호소할 수 없고 새 회사에 말해 봤자 우리는 모른다 하면 그만이다. 당연히 이 회사하고는 거래가 끝이다. 고객을 한 사람이라도 더 모으려고 애써야 할 텐데 잡은 고객을 오히려 밀어내다니 이해할 수 없다. 한 번 당하고 나서 두 번 당할 수는 없는 것이다. 어딘가에 가입할 때는 평생회비나 장기회비보다는 단기회비를 내는 것이 나중에 덜 억울해지는 방법이다.

- 벼룩시장 '즐거운 인터넷 여행' 2003.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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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문
칼럼니스트, 대진대학교 통일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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