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3년 7월 11일 No. 803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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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해져야 할 「댓글 저널리즘」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포털사이트는 물론 거의 모든 정부 및 공공기관, 신문사, 방송사, 기업들은 제 각기의 홈페이지를 갖고 있다. 이제는 정치인이나 문인, 연예인 등 유명인사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개인적으로 개설한 홈페이지도 부지기수로 많다.

대부분의 홈페이지는 방문객들의 의견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을 두고 있다. 게시판은 자신이 어떤 사안에 대해 느낀 점이나, 다른 네티즌의 의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쓰는 공간이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게시판은 그래서 「사이버상의 토론광장」 역할도 하게 된다.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측에서는 이런 일들에 대비해서 어떤 사회적·정치적 이슈가 생기면 토론방을 마련해놓고 네티즌들이 자신의 의견을 마음대로 토해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하지만 논쟁의 불길을 보통 네티즌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시판에서 먼저 붙게 마련이다.

한 사람이 어떤 의견을 게시판에 올리면 이를 본 다른 사람이 자신의 의견을 붙이는데 이런 글을 댓글(Reply)이라고 한다. 사안에 따라서는 한가지 주제를 놓고 워낙 많은 댓글이 붙게 된다. 이런 현상과 관련하여 최근에는 「댓글 저널리즘」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인터넷사이트의 게시판은 TV에서 볼 수 있는 토론회와 달라서 어떤 주제가 있으면 그 주제를 이끌어 가는 사회자 또는 진행자가 없다. 그러다 보니 게시판에서 댓글로 이루어지는 논쟁은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기 일쑤이다.

게시판에 올라있는 글이 자신의 생각과 다를 때 그저 반대의견을 제시한다면 걱정할 바가 못 된다. 문제는 댓글에 지나친 표현을 쓰는데 있다. 예의 없는 정도를 벗어나 서슴없이 인신공격을 하거나 욕설과 비방을 퍼붓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토론문화는 완전히 실종되기 마련이다.

이 같은 일을 저지르는 네티즌을 두고 「욕티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욕티즌들이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개인뿐만 아니라 단체, 회사, 정부기관 등 가리질 않는다. 사이버공간에 욕티즌들이 날뛰고 있는 것은 인터넷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익명성이나 비대면성을 십분 활용(?)하기 때문이다.

유명 포털사이트의 게시판이나 신문사의 인터넷신문 또는 온라인매체의 기사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쓰는 「독자마당」등에는 아마도 하루에 수십만∼수백만건의 댓글이 붙지 않을까 싶다. 어찌 보면 댓글은 이제 토론과 지식공유의 수단으로 자리잡으면서 여론을 주도하는 존재가 됐는지도 모른다.

댓글이 갖는 순기능은 시간제약이 없고 참여공간이 무제한 열려 있는 인터넷의 특성을 바탕으로 누구에게나 「표현의 자유」를 제공하는데 있다. 그럼으로써 네티즌들은 권위적인 지배·지식계층과 대등한 관계로 토론하는 새로운 경험을 갖게 된다.

인제대 김창룡(언론정치학부) 교수는 "익명성을 활용한 댓글은 집단적 상명하달식 권위주의를 자유롭게 비판하는 탈출구이자 소외되고 억눌렸던 개인과 소수계층이 제목소리를 높이는 분출구로 작용한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문제는 역기능이다. 많은 네티즌들이 건전한 비판을 하기보다는 익명성을 악용해 원색적인 비난과 욕설 섞인 글을 예사로 올리는 게 현실이다. 이런 댓글을 볼 때는 누구라도 화가 치밀고 보기가 두려워지기 마련이다.

동아대 박형준(사회학과) 교수는 "대형 이슈의 경우 다양한 시각차에 의한 논란 속에 열띤 토론을 거쳐 정반합(正反合)의 상승곡선을 그리는 여론을 형성해야 하는데도 일부 네티즌은 무책임한 인신공격과 마구잡이식 폭언을 퍼부어 인터넷의 순기능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박교수는 "이는 자기만족과 쾌락밖에 모르는 사람이 욕망의 배출구 역할을 했던 과거 화장실낙서문화를 인터넷문화와 동일시하기 때문"이라며 "인터넷상의 강경한 양극단 주장에 밀려 중도적 목소리가 설자리를 잃어 타협점을 찾거나 대립을 중재하려는 시도는 보기 힘들고 반목의 골만 깊어져 민주적 여론형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걱정한다.

최근에는 "짜증날 때는 실컷 욕해봐"라며 욕설전문 사이트가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달 16일 문을 연 C사이트에는 공개적으로 막말을 하고 싶은 네티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K사이트는 「니나 잘해」등의 게시판을 마련, 무능한 상사와 버릇없는 후배들을 도마에 올리고 있다.

네티즌들은 사이에서는 “인터넷 게시판이 온통 욕설로 도배키고 있는 풍조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며 반대론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사이트운영자측은 "욕설을 일정한 공간에 쏟아 붓게 하면 전체 인터넷세상은 오히려 깨끗해질 것”이라고 반론을 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는 지난 2일 회원게시판에 공고를 내고 "욕설이나 지나친 인신공격, 지역감정 조장 등이 포함된 글은 삭제하거나 「해우소(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글을 모아놓은 코너)」로 보낼 것이며, 회원 삼진아웃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삼진아웃제는 자신의 주장을 일부러 반복 게재하는 「도배글」이나 욕설, 인신공격, 지역감정조장 등의 내용을 올리는 네티즌에게 e메일로 경고하고 이 같은 경고를 세차례 받으면 1주일 동안 접속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또 3회 경고가 세차례 누적되면 한달 동안 홈페이지 접속을 막는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청와대에서 이 같은 조치를 취했겠는가. 최근 노무현대통령의 정책에 실망한 네티즌들은 대통령을 「쭈구리」, 대통령 지지층을 「노빠(노무현 빠돌이)」 등으로 비아냥거리고 있는 실정이다. 청와대 게시판의 성격상 노무현대통령에 대한 의견이 주를 이루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대통령에 대한 욕설이나 지나친 비방성 글이 무분별하게 게재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이견이 없진 않다. 일부는 "청와대가 자의적 기준을 적용하는 만큼 비판의 목소리를 차단하는 방편으로 이용하려는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그러나 많은 네티즌들은 "의견을 교환할 의욕을 떨어뜨리는 글이 많았었는데 늦었지만 적절한 조치"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익명성에 대한 네티즌의 책임의식 함양 및 자정노력과 함께 순기능을 극대화하는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충실히 관리하려는 운영진의 자세가 선행돼야 하며, 도덕과 양심에 기초한 올바른 네티켓을 어려서부터 체계적으로 심어주는 정부·사회 차원의 정보통신윤리교육이 절실하다." 인제대 김창룡 교수의 말은 귀기울일 만하다.

- 20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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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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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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