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3년 7월 5일 No. 797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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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개치는 사이버머니 사기꾼들

최근 들어 사이버머니를 둘러싼 사기사건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에는 6경(京)원에 가까운 사이버머니를 불법으로 모은 뒤 현금으로 되팔아 7천만원을 챙긴 사람들이 검거되더니 이번에는 무려 6천2백70경원에 이르는 위조 사이버머니를 팔아 15억여원을 사취한 대학생 2명이 적발됐다.

말이 그렇지 경이라면 조(兆)의 1만 배나 되는 숫자단위로 「0」이 무려 16개나 붙는 천문학적 숫자이다. 6경만 해도 놀랄 지경인데 6천2백70경이라 하면 「0」이 19개가 된다. 도대체 얼마나 큰 숫자인지 가늠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한편 숫자 단위는 일-십-백-천-만-억-조-경-해-자-양-구-간-정-재-극-항하사-아승기-나유타-불가사의-무량대수의 순이다.  

범죄수법을 살펴보면 전자의 경우 범인들은 지난 4월 전북 정읍에 3개의 컨테이너 가건물에 컴퓨터 1백여대를 설치한 뒤 타인의 신상정보를 사이버머니 자동수집 프로그램에 입력한 뒤 게임사이트에서 5경9천조원의 사이버머니를 마구 수집해 인터넷을 통해 1백조원당 현금 15만원씩에 팔아 현금 7천만원을 챙겼다는 것이다.

범인은 먼저 신용정보회사로부처 35만원의 개인정보를 1백만원에 사들여 인터넷게임에 가입한 뒤 자신이 등록한 계정끼리만 게임을 하면서 사이버머니를 한사람에게 몰아주는 프로그램을 작동시켰다. 이런 식으로 한달 사이 5경9천조원의 사이버머니를 모아 이 돈을 중개사이트를 통해 현금으로 바꿨다.

후자의 경우는 더욱 지능적이다. 이들은 지난해 3월부터 1년 동안 부산시 사상구 자신의 집에서 유명 인터넷 게임회사인 A사 서버에 침입, 126대의 서버에 사이버머니를 무한정 생성하는 프로그램을 몰래 깔아놓은 뒤 따로 입수한 타인명의 ID 80개를 이용해 8백90여 차례에 걸쳐 6천2백70경원에 이르는 사이버머니를 위조했다. 이들은 사이버머니 1경원당 20만∼100만원에 팔아 15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의 말로는 "도박게임 회사가 실제 화폐단위로 이용자 등급을 표시하고 있어 이용자들이 등급을 올리려고 사이버머니를 현금으로 구입하고 있으며, 이를 노린 사이버머니 매매꾼들이 각종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글자 그대로 「가상의 돈」인 사이버머니는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백과사전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설명돼 있다.

「전자상거래 및 콘텐츠 제공업체들이 자사 회원에게 마일리지 형태로 제공하는 가상화폐. 회사의 서비스를 통하여 교류물 및 매매물로 나온 정보나 아이디어 또는 지식을 매매할 때 정보이용료로 지불하는 것, 전자상거래 및 콘텐츠 제공업체들이 자사 회원에게 마일리지 형태로 제공하거나 일정 금액을 적립할 때 사이버에서 실제물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것 등이 있다.

실제 현금으로는 교환할 수 없지만 보통 사이버머니를 주는 사이트 내에서만 현금과 똑같이 사용할 수 있다. 사이버머니 은행에서는 가상공간에서 서비스 이용에 따라 부여받은 사이버머니인 적립금이나 점수를 원화 단위로 바꿔주는 기능을 한다. 이곳에 사이버머니를 예치해 두면 이자를 받을 수 있고 전자상거래 결제수단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경매사이트에서 행운잔치를 통해 총 1만명에게 10만원의 사이버머니를 주었을 경우, 이 돈으로 경매사이트에서 경매를 통해 물건을 살 수 있다. 현금으로 바꿀 수는 없지만 경매사이트 내에서는 10만원어치 역할을 하는 셈이다.」

 화폐는 구석기 시대에 돌이나 조개 따위에 일정한 가치를 부여하는 방법으로 사용해왔으나 표준가치를 지닌 동전형태의 주화는 기원전 700년께 그리스의 리디아 왕국에서 만들어진  엘렉트론 화폐(금 ·은의 합금)가 가장 오래 된 화폐로 알려져 있다. 지폐는 서기 6세기 중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오랜 옛날부터 조가비 ·곡물 ·가축 ·직물 ·농구(農具) 등의 물품화폐가 사용되었다. 은(殷)나라(BC 1600∼BC 1046년)나 주(周)나라(BC 1046∼BC 771) 시대에는 청동기문명이 발달하여 어화(魚貨) ·포화(布貨) ·도화(刀貨) 등의 주조화폐가 나타났다. 우리나라 삼국시대인 490년(신라 소지왕 2년)에 경주에 상설시장인 경시(京市)가 처음으로 개설되면서 교환의 매개물, 즉 물품화폐로서 생활필수품인 쌀 ·포백(布帛)이 주로 사용됐었다.

지폐는 오랫동안 인류들이 가장 편리하게 사용하는 화폐로 군림해오다 수표나 어음, 채권 같은 제2의 화폐가 생기더니 컴퓨터가 등장하고 인터넷시대가 열리면서 제3의 화폐로 불리는 전자화폐(IC카드 또는 네트워크에 연결된 컴퓨터에 은행예금이나 돈 등이 전자적방법으로 저장된 화폐적 가치)나 플라스틱머니(재화 및 서비스 구입에 대한 지불을 하는 데, 은행권·주화·수표 대신에사용하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카드), 사이버머니 등이 나타나면서 인류의 경제행태마저 변화시키고 있다.
 
그런데 사이버범죄 가운데 해킹이나 음란사이트 운영 등의 범죄가 줄어드는 것과는 달리 사이버머니 관련범죄는 급증하고 있는 추세여서 문제가 심각하다. 경찰당국에 따르면 사이버머니 범죄는 지난 2001년 상반기 5백14건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3천35건, 올 상반기에는 6천1백72건으로 2년 사이에 10배 이상으로 늘었다.

더군다나 범죄자 가운데 10대와 20대가 96%를 차지한다고 하니 앞길이 구만리 같은 젊은이들이 한 해에 수백명씩 범죄자의 멍에를 짊어지고 있다는 얘기이다. 이처럼 청소년들이 사이버범죄를 쉽게 저지르는 것은 인터넷이 현실세계가 아닌 상공간이라는 생각에 별다른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본격적인 인터넷시대를 맞으면서 사이버머니의 비중은 더욱더 커질 것이 분명하다. 사이버세상이 있는 이상 그 속에서 통용되는 사이버머니가 없을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들은 사이버공간에서 저지르는 잘못이 현실세계에서도 법적 심판을 받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어른들 역시 젊은이들의 무대가 되다시피 한 사이버세상에 대한 관심과 감시의 눈길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

- 20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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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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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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