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3년 7월 3일 No. 794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 딴 글 보기 | 손님 칼럼 | 의견함 | 구독신청/해지 | columnist.org |
아바타는 아바타일 뿐인데

아바타(Avatar)는 분신(分身), 또는 화신(化身)을 뜻하는 말로 사이버 공간에서 사용자의 역할을 대신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의미한다. 아바타는 그래픽 위주의 가상사회에서 자신을 대표하는 가상육체라고 할 수 있다.

원래 아바타는 산스크리트 「아바따라(avataara)」에서 유래했다. 고대 인도에서는 땅으로 내려온 신의 화신을 지칭하는 말이었으나, 인터넷시대를 맞아 웹사이트에서의 채팅이나 가상현실게임 등에서 자기 자신을 나타내는 그래픽 아이콘을 가리킨다.

아바타가 국내에 선을 보인 것은 지난 2000년 11월. 채팅 사이트 「세이클럽」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 본격적으로 유료화하면서 붐을 일으켰다. 아바타 서비스는 회원들에게 기본 캐릭터를 먼저 제공한 다음 그 캐릭터가 입을 수 있는 디지털 의상이나 장신구를 판매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구입비가 적게는 500원, 많게는 7000원이나 된다.

초창기에는 아바타가 간단한 티셔츠나 치마를 입는 수준이었다면 요즘엔 성형수술도 하고 영화 속의 화려한 의상을 입기도 한다. 움직이는 것은 물론 울기, 웃기 등 다양한 감정표현을 할 수 있는 아바타도 등장했다. 앞으로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담은 음성과 춤까지 추는 3D 아바타가 보편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바타가 이용되는 분야는 채팅이나 온라인게임 외에도 사이버 쇼핑몰, 가상교육, 가상오피스 등으로 확대됐다. 가장 각광받는 분야는 온라인채팅서비스로 아이콘채팅, 3차원 그래픽채팅 등의 채팅서비스가 있다.

지난해에는 아바타가 등장하는 영화 「후 아유」가 상영돼 많은 관심을 끌기도 했다. 게임기획자 형태(조승우)와 수족관 여성다이버 인주(이나영)가 사사건건 충돌하지만 인터넷에서는 매력적인 아바타를 내세워  둘도 없는 커플이 되는 숨바꼭질 같은 사랑이 묘미였다. 개봉 때 디지털 세대들은 "이건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라고 무릎을 쳤지만 어른들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월드컵이 열렸을 때는 「붉은 악마」아바타들이 응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네티즌들은 아바타에 국가대표 축구팀 유니폼을 입히고, 「안정환 반지」, 「황선홍 붕대」등을 이용해 응원전을 펴기도 했다.


아바타 이용자는 지난해 5월 1천만명을 넘어섰고 지금은 1천5백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재 아바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업체는 20여곳이 넘는다. 대부분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게시판에 글을 올리거나 채팅, 게임을 할 때 아이디(ID) 대신 사용토록 하고 있다.

아바타 사업은 커뮤니티 업체에 중요한 돈벌이 수단으로 꼽히고 있다. 네티즌들이 한달에 아바타에 쓰는 비용은 적어도 1∼2만원선이다. 10만원 이상 지출하는 경우도 매우 많아 가정불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의 경우 S업체는 아바타 아이템 판매로 매달 10억원 이상을 벌었고, N업체도 매일 5000만원 가량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2001년 200억원이던 아바타 시장이 2002년에는 5배 가량 증가한 1000억원을 돌파했고, 올해는 1천5백억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사이버공간에서의 아바타 갖기가 유행하면서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아바타중독에 걸린 청소년들이 의상구입을 위해 한달에 몇만원에서 몇십만원씩의 요금을 쓰고 있는 것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초등학생들이 아바타 의상을 구입하는데 필요한 「사이버캐시」를 마련하기 위해 부모 모르게 휴대전화 소액결제나 ARS 유료전화를 통해 수십만원씩을 사용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6개월 동안 아바타 아이템을 1백70만원어치나 구입했던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이 부모의 꾸중을 심하게 들은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매달 20∼30만원을 썼으니 어느 부모인들 가만히 있었겠느냐마는, 어린 소녀가 죽음을 택했다는 사실이 여간 안타깝지 않다. 이미 아바타에 중독이 돼버린 소녀에게 자신의 분신이라고 생각하는 아바타와 강제로 결별(?)하게 했으니 죽고 싶은 마음이 생겼을 법도 하다.

전문가들은 “아바타의 사회적 보편화는 인간의 자유로움에 날개를 달아주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현실과 사이버 공간에서의 정체성 혼란을 가져오기도 한다”고 말한다. 이 소녀의 자살이 바로 자신과 아바타를 동일시한 결과로 빚어졌다고 하겠다. 아바타를 부정 당하는 것은 바로 자신의 존재를 부정 당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했던 것이다.

초등학생뿐만 아니라 중·고교생에서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이 같은 아바타중독에 빠진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그들은 "내 안의 또 다른 한가지 모습, 즉 아바타로 사는 것이 실제의 자기로 사는 것 보다 조금 더 행복하다"고까지 말하고 있으니 심각한 문제인 것만은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아바타 중독현상에 대해 무조건 금지하기보다 적당한 간섭과 관리를 통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말한다. 청소년들에게 아바타는 현실세계와 동일한 중요성을 갖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른들은 청소년들의 사이버 중독이 정상적인 생활을 망치는 심각한 정신질환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자녀가 사이버 중독이라고 생각되면 사이버 중독 치료전문기관이나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함은 물론이다.

청소년들이 사이버상의 현금결제를 쉽게 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와 이미 사이버중독에 빠진 청소년들을 구하기 위한 처방을 마련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때이다.

- 2003.07

--------------
이재일
http://columnist.org/netporter/
칼럼니스트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

http://columnist.org

[칼럼니스트]를 이메일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