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3년 7월 1일 No. 793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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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과 1984년, 그리고 2003년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George Orwell)은 1949년에 쓴 그의 소설 「1984년」으로 유명하다. 우리들에게는 「동물농장」의 작가로 먼저 알려졌었지만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그가 주장한 「빅브라더(Big Brother)」의 출현을 예상한 「1984년」이 재조명되면서 그의 이름은 세계적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오늘, 우리는 일찍이 「빅 브락더」의 출연을 예측했던 조지 오웰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지금 이 시대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우리는 「빅 브라더」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가, 아니면 아직 그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는가.

조지 오웰의 본명은 에릭 아더 블레어(Eric Arthur Blair)이며 1903년 6월25일 인도에서 태어났다. 그는 처녀작 르포르타주 「파리·런던의 바닥생활」(1933)에 이어 식민지 백인관리의 잔혹상을 묘사한 소설 「버마의 나날」(1934)로 인정을 받았고, 1944년 러시아 혁명과 스탈린의 배신에 바탕을 둔 정치우화 「동물농장」으로 일약 명성을 얻었다.

그의 대표작인 「1984년」은 지병인 결핵으로 입원해 있던 중 완성했는데 현대 사회의 전체주의적 경향이 도달하게 될 종말을 기묘하게 묘사한 공포의 미래소설이다. 오웰은 가공의 초대국 오세아니아에서 자행되는 전체주의적 지배의 양상을 묘사한 이 소설에서 미래의 인류사회는 「빅 브라더」라는 독재자 또는 국가권력이 나타나 개인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사회가 될 것으로 예언했다.

오웰은 권력집중이 자기목적화(自己目的化)한 당(黨)에 의한 대중지배, 지배수단으로서 항상적(恒常的)인 전쟁상태의 유지, 거의 신격화한 지도자 빅 브라더에 대한 숭배, 개인생활의 감시, 사상통제를 목적으로 한 언어의 간략화, 당의 무류성(無謬性)을 증명하기 위한 역사의 개서(改書) 등 모든 지배기구가 내포하는 위험성을 이 소설에서 제시했다.

공산주의와 나치즘의 제도에서 소재를 인용한 이 작품은 때마침 냉전분위기에 편승, 출판 후 1년 사이에 영국과 미국에서만 약 40만 부가 팔렸으며, 세계 각국에서 잇달아 번역 출판되었다. 반공작품이라고 말할 수도 있으나 체제를 불문하고 당시의 사회 및 그 연장으로서의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전체주의적 정신풍토를 경고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조지 오웰의 탄생 1백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그의 예언이 반쯤은 틀렸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소설에서 개인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빅 브라더」가 출현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신용카드, 스마트카드, 고객카드, 현금인출기 등은 이미 필수품이다시피 됐고 몰래카메라가 등장한 것 등은 조지 오웰의 예언이 실현되고 있는 증표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15일자)에서 지금의 상황은 오히려 다르게 변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빅 브라더 사회」를 만드는 것은 국가가 아니라 사람들 자신”이라고 주장한다. 사람들이 편리함과 보안을 위해 매일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면서 사생활이 조금씩 노출되는 것에 크게 개의치 않게 됐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 플로리다의 정보보안회사 ADS가 최근 공개한 위치추적서비스. ‘디지털 천사’로 불리는 이 서비스는 위성으로 길을 잃은 애완동물이나 어린이의 위치를 확인해 휴대전화나 호출기로 알려준다. 자녀의 유괴를 염려하는 부모들이나 어쩌면 “남편 클린턴은 가두기 힘든 개”라고 여기고 있을 힐러리 여사도 이런 서비스를 열렬히 환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서비스로 인해 피감시자의 사생활은 하루 24시간 노출된다.

사람들은 사생활을 편리함과 바꾸기도 한다. 교통카드를 사용하는 사람은 돌아다닌 시간과 장소를 정확하게 카드업체에 알려주는 셈이다. 언제 어디서나 통화할 수 있는 휴대전화는 통화 상대와 시간은 물론 자신의 위치까지도 고스란히 전화업체의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된다. 신용카드 사용은 말할 것도 없다. ‘숨길 것이 없다’고 여기는 많은 사람들은 일상의 편리함을 위해 이 정도의 사생활 노출은 감수한다.』

위의 인용문은 이코노미스트의 보도내용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또 “상업적 목적으로 수집된 이 같은 개인정보들이 악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은 국가 뿐”이라고 지적하고 “국가만이 이를 제한, 금지할 수 있기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국가가 ‘빅 브라더’로부터 인권과 사생활을 보호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코노미스트의 이 같은 보도가 옳고 그름에 관계없이 우리는 신상정보유출이나 도청 등으로 나도 모르는 감시를 당하는 실제로 심각한 사생활 침해를 당하며 살아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프라이버시 보호야말로 우리들이 당장 해결해야할 문제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이 없을 것이다.
 
지금 진보네트워크, 함께 하는 시민행동, 문화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단체들은 시민단체에서는 조지 오웰의 탄생 1백주년에 즈음하여 22일부터 28일까지를 「빅 브라더 주간」으로 정하고 정보인권과 개인정보 보호 장치 등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보인권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국내에서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지대한 업적(?)을 남긴 기관과 인물과 기업들에게는 「빅 브라더 상」을 수여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영국, 미국, 캐나다 등 전세계 16개국은 매년 정보감시에 대한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고 지대한 업적(?)를 남긴 인물과 기업들을 대상으로 '빅 브라더 상'을 수여하고 있다. 영국의 PI(프라이버시 인터내셔날)는 지난 3월 「빅 브라더」 수상자를 선정, 발표한 바 있다. 영국은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데 막대한 활동을 했던 정부와 기업, 민간기구들에게 매년 상을 수여하고 있다. 수상분야는 개인정보 침해와 관련해 △최악의 공직자 △가장 약탈적 기업 △가장 소름끼치는 프로젝트 △가장 가증스러운 정부기구 등 여러 분야로 나눠진다.

올해 영국 수상자는 「최악의 공직자」에 켄 리빙스턴이 차지했다. 리빙스턴은 여행과 운송에 대한 감시에 집착한 이류로 선정됐다. 「가장 약탈적인 기업」은 캐피타(Capita)사가 수상했는데 정부의 감시와 데이터관리 계획에 대부분 참여한 배후기업이란 것이 수상이유였다.

조지 오웰의 주장대로 사람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면서 마음대로 부려먹는 빅브라더가 나타나도 문제이고, 이코노미스트의 보도대로 국가가 거꾸로 개인의 인권과 사생활을 빅브라더로부터 보호하게 되는 날이 와도 문제이다. 2003년 6월 25일 조지 오웰의 탄생 1백주년을 맞아 생각해 보는 지금의 상황이 결코 유쾌하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 20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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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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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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