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3년 6월 30일 No. 791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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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섭의 세상 엿보기(16)
'꽁초 파파라치'

늦게 배운 도둑질 날 새는 줄 모른다고 군대생활 때 배운 빠끔 담배가 줄담배가 된지 오래다. 마감시간에 쫓기던 기자시절 담배는 초조와 긴장을 푸는 묘약이었다. 담배 연기 속에 잡다한 상념을 흩어버리기도 하고, 산만한 생각을 집중시키기도 한다. 8㎝의 느긋한 여유에 담배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담배도 기호품인 만큼 가려서 태우는 습성이 강한 편이다. 한 때는 '도라지'를 줄기차게 피웠으나 요즘은 '타임' 애용자다. 해외여행을 떠날 때도 담배부터 챙긴다. 애국자인척 해서가 아니라 양담배는 입맛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여분의 담배를 준비해 놓지 않으면 왠지 불안하다.

더욱 불안한 것은 또 들먹거리는 담뱃값 인상이다. 복지부는 금연운동을 확산시키고 담배소비를 줄이기 위해 한 갑에 1000원을 올리겠다니 흡연자들을 봉 취급하는 발상이다. 그렇지 않아도 담배의 성분은 '니코틴'이 아니라 '세금과 부담금'이라 할 정도로 흡연자들은 애국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지 않은가. 1500원 짜리 '디스' 한 값에 붙는 세금과 각종 부담금은 ▲담배소비세 510원 ▲교육세 255원 ▲폐기물 부담금 4원 ▲국민건강증진기금 150원 ▲연초농민기금 10원 ▲부가세 136.4원 등 모두 1065.4원으로 71%나 된다.

담뱃값을 올리면 청소년 흡연률이 떨어질 것이라고 하나 가격 변동에 둔감한 청소년들의 구매습성에 비춰볼 때 천만의 말씀이다. 담뱃값을 올려도 몇 달 반짝 소비가 움츠러들 뿐이다. KT&G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6년 교육세(당시 184원)를 신설하면서 담뱃값을 올렸지만 소비는 두 달 정도 줄었다가 원상회복 됐을 뿐 아니라 그 해 담배소비량은 52억 갑으로 전년도보다 2억 갑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담뱃값을 올린 1999년, 2001년, 2002년에도 같은 현상이 반복됐다. 새해 벽두면 담배를 끊겠다며 주변사람 담배만 축내는 '작심 3일파'들이 '끊었다 피웠다'를 반복하는 것과 흡사하다.

물가 인상과 지방세수 감소 등을 내세워 '담뱃값 1000원 인상안'을 반대했던 재경부가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함에 따라 담배 가격 인상 논의는 급진전될 전망이다. 인상폭은 200원 선에서 검토하고 있다지만 지난해에 이어 또 올리려는 것은 가뜩이나 경제사정이 어려운 시기에 흡연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킬 따름이다.

금연구역이 확산되면서 흡연자들의 설자리는 갈수록 좁아진다. 간접흡연도 건강에 해롭다며 죄악시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공원 등에 담배꽁초를 버리는 흡연자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준다니 흡연자들은 더더욱 코너에 몰리는 느낌이다. 서울시는 6월부터 공원에 담배꽁초를 버리는 흡연자를 신고하면 1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고 한다. 공원이나 거리에 담배꽁초를 버리는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이제는 '꽁초 파파라치'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살아야 할 판이다.

- 담배인삼신문 2003.06.27

이규섭

여행작가·시인·칼럼니스트, 전 국민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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