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3년 6월 25일 No. 786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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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폰이 너무 무서워요

최첨단 휴대폰이라고 할 수 있는 카메라폰(일명 폰카)이 널리 보급되면서 그 폐해가 자못 심각하다. 카메라폰이 목욕탕·지하철 등에서의 여성신체 부위 몰래 촬영, 각종 공연장의 무단 촬영, 기업정보 유출 및 협박수단 등으로 악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카메라폰의 피해자가 자꾸만 늘어나면서 이제는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급부상하고 있다.

카메라폰은 휴대전화기능에다 카메라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젊은이들, 특히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에게 인기를 끄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너도나도 무리를 해가면서 50만∼60만원이나 하는 카메라폰을 장만하고 있다. 카메라폰이 없으면 왕따를 당할 정도라고 하니 그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알만 하다.

지난해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출시되면서 붐을 타기 시작한 카메라폰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언제 어디서나 찍고 싶은 것을 손쉽게 찍을 수 있다는데 있다. 카메라폰으로 찍은 사진을 친구의 휴대폰이나 e메일로 주고받는 일은 어느새 젊은이들 사이의 새풍속도가 돼버렸다.

카메라폰은 길을 가다 멋진 이성이나 마음에 드는 물건을 보았을 때 「찜」하는데 쓸 수도 있고, 차량사고가 났을 때는 증거확보를 위해 현장에서 바로 촬영하는 도구로도 매우 유용하다. 서류나 도표를 복사할 수 없을 때는 카메라폰이 얼마든지 구실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이처럼 편리한 카메라폰이 나쁜 용도, 즉 「몰카」로 악용되는데 있다. 최근에 언론에 보도된 내용만 봐도 카메라폰 때문에 빚어진 폐해가 가지가지이다. 중학교 선생님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교내에서 담배 피우는 장면을 학생이 카메라폰으로 몰래 찍어 인터넷에 올렸다든가,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매를 때리다가 카메라폰에 찍혀 학생들에게 "교육부 홈페이지에 올리겠다"는 위협(?)을 당했다는 소식까지 들려온다.

실제로 각종 인터넷 사이트나 파일교환 사이트에는 카메라폰으로 몰래 찍은 「폰카사진」과 동영상들이 쏟아지고 있다. 여탕이나 수영장 탈의실 등도 카메라폰을 통한 「몰카」의 단골 대상이다.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여성들은 자신이 언제 카메라폰에 찍힐지 몰라 몸가짐에 항상 신경을 써야 할 정도이다. 부산에서는 얼마전 지하철을 타고 가던 40대 회사원이 카메라폰으로 짧은 치마를 입은 여대생의 은밀한 부분을 촬영하다가 붙잡히기도 했다.

이 정도면 약한 편이다. 부산의 한 여대생은 자신과 사귀던 남자가 헤어질 것을 요구한데 앙심을 품고 카메라폰으로 몰래 찍어둔 자신의 나체사진을 학교와 친구들에게 무차별 유포하는 바람에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심각한 불면증과 대인기피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 남자는 이 일로 경찰에 구속됐으나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인 충격을 쉽게 치유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주부 이모씨(31)도 최근 성폭행을 당하며 카메라폰에 사진을 찍혔는데 이 사진을 남편의 휴대폰과 인터넷에 공개하겠다는 범인의 협박에 못이겨 4천만원을 건네줬다. 이씨는 경찰에서 범인이 휴대폰으로 찍은 자신의 사진을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게 되는 것이 두려웠다고 토로했다.

카메라폰이 등장하면서 탤런트나 가수 등 연예인들은 자신의 벗은 모습이 카메라폰에 찍힐까봐 대중들이 드나드는 목욕탕이나 사우나에 가는 것을 극도로 삼간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카메라폰에 대해 극도의 공포를 느끼는 정도라고 하겠다.

카메라폰은 기밀유출의 도구로 악용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모 자동차 연구소는 최근 한 협력업체의 직원이 아직 공개도 하지 않은 신차의 사진을 카메라폰으로 찍어가는 바람에 한바탕 난리를 겪었다. 이 연구소는 신차를 노출시킴으로써 디자인 을 도용당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담당 팀장을 징계했다.

학생들에게는 커닝도구로 쓰이기도 한다. 서울 C여고에서는 최근 한 학생이 카메라폰의 사진전송 기능에 착안해 정답을 표기한 답안지를 촬영해 동료학생에게 전송하다가 적발됐다. 이에 따라 학교 측은 시험기간에는 카메라폰을 가져오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공연 장등에서 카메라폰이 저지르는 횡포(?)도 예사롭지 않다. 예술의전당 등 주요 공연장측은 공연 중간에 카메라폰을 열고 공연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 관객들이 많아 골치를 앓고 있다. 카메라폰의 경우 플래시는 터지지 않지만 액정 불빛 때문에 다른 관객의 감상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일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폰카중독자」가 된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되면 버스나 지하철은 물론 어디를 가도 야한 장면이 보이면 카메라폰을 들이대는 등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타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게 된다. 현행법상 카메라 장착 휴대전화를 성범죄에 악용할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5년 이하 징역과 1천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는 사실을 아는 사용자는 얼마나 될지….

카메라폰으로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기업의 비밀자료를 빼내는 사례가 늘어나자 일부 기업과 정부기관이 휴대 금지령까지 내리고 있다.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공장과 본사 구조조정본부는 최근 직원들이 갖고 있는 카메라폰을 모두 일반 단말기로 교체하도록 했으며, 국가정보원도 지난 4월 중순 직원들을 대상으로 소지품 검사까지 벌여 카메라폰을 다른 단말기로 교체하도록 하고 카메라폰 반입 금지령을 내렸다.

외국에서는 카메라폰에 대한 규제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호주, 이탈리아 같은 나라는 카메라폰의 「몰래촬영」이 사회문제로 부각되자 수영장이나 스포츠센터, 헬스클럽 등에서의 사용을 금하고 있다. 영국은 공공장소에서 아동을 촬영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지난해 카메라가 내장된 휴대전화가 여성을 몰래 촬영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보도에 따라 카메라폰의 시판을 아예 금지시켰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법원에서는 지난해 9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던 여성 6명을 카메라폰으로 몰래 촬영한 사람에게 거액의 벌금형을 내리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마침내 카메라폰에 따른 프라이버시 침해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 공중목욕탕이나 탈의실 등 공공장소에서 사용을 법적으로 금지할 방침이라고 하니 다행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도 사용자들이 카메라폰의 남용을 자제하지 않는다면 부작용이 근절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휴대전화 업계는 앞으로 3년 안에 전 세계 카메라폰 보유자가 1억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4백만명이 넘으며, 올해 말까지는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 3천2백여만명 중 70%가 카메라폰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측돼 이 같은 부작용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아무리 유용한 첨단기기라도 그것이 나쁜 쪽으로 사용될 때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카메라폰의 경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문명이 발달하면 할수록 인간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편리해지는 만큼 부작용이 생기면서 삭막해져 간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리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하지만 소수의 모습이나 행태를 전체의 그것으로 보는 것은 모순이다. "P세대가 사회와 경제를 변화시킨다"는 말은 P세대라는 용어가 순수성을 잃고 있는 만큼 한 광고기획사의 상업적인 「단언」에 지나지 않고 있음을 우리는 깨달아야 하겠다.

- 20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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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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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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