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3년 6월 23일 No. 783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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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섭의 세상 엿보기(15)
이제는 P세대

사회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숨 가쁘게 쫓아가도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정보를 수용하는 역량이 모자라고, 새로운 문화와 코드를 맞추기도 불가항력이다. 젊은 세대들이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당당하게 펴는 것도 부럽고, 실핏줄처럼 퍼진 정보의 바다를 유영(遊泳)하는 부지런함도 놀랍다.

‘늙은 퇴물’ 취급받는 5060세대 소리도 듣기 거북한 데, 불과 10여년 사이에 웬 세대 구분은 그렇게 많은지 종잡을 수 없을 정도다. 1990년대 이후 신세대를 지칭하던 X세대에서 Y, Z, C, N, R세대를 거쳐 이제는 P세대가 이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는 세력으로 떠올랐다고 한다.

X세대는 논리보다 감각을, 공동체보다 개인을, 문자언어보다 영상언어를 선호하지만, 하나의 특징으로 묶을 수 없는 정체불명의 세대란 의미가 함축돼 있다. Y세대는 X세대의 동생뻘이다. 차이는 X세대가 소수의 아웃사이더라면 Y세대는 대세를 이뤄 2000년(Y2K)의 주역이 된다는 점을 부각한다. Z세대는 유행에 매우 민감한 13~18세로 X, Y세대보다 어려 알파벳 끝 자를 쓴다. C세대란 스포츠, 컴퓨터, 춤, 음악, 영화, 만화, 게임 등 어느 하나에 푹 빠져 ‘중독된 세대’(Chemical Generation)란 뜻이다.

월드컵 열기를 타고 ‘R세대’(Red Generation)가 등장한 데 이어 최근엔 ‘P세대’란 신조어가 나왔다. P세대는 사회 전반에 적극적으로 참여(Participation)하면서 열정(Passion)과 힘(Potential Power)을 바탕으로 사회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하는 세대(Paradigm-shifter)라고 한다. 지난해 월드컵과 광화문 촛불 시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사회 전면에 부각됐던 ‘젊은 그들’이 바로 P세대다. 그들은 기성(旣成)세대에 도전적이며, 인터넷 네트워크를 중요시하고, 개인적이고 다양한 경험을 추구한다는 공통점을 지녔다는 분석이다.

P세대가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 가는 과정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공유한 뒤, 확산시키고 오프라인에서 집단적으로 의견을 표출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과거엔 대중매체나 공식적인 기관이 이슈를 만들었다면, 인터넷의 발달로 이제는 주도층과 추종층의 구분이 모호해졌다. 그뿐 아니라 인터넷의 생활화로 사회변화의 속도는 더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다.

P세대는 월드컵에서 형성된 공동체 의식과 N(Network)세대의 라이프 스타일, 자유분방한 가치관을 지닌 X세대의 소비문화, 386세대의 사회 의식이 중첩된 세대로 일반적 세대 구분과 달리 17~39세까지의 광범위한 연령층을 아우르고 있다니, 세대간 갈등의 완충역할을 기대해 본다.

P 세대들의 참여와 열정, 자기표현 욕구가 이 사회를 밝고 건강하게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 되기를 바라고, 우리 사회는 그들의 잠재력이 공동체문화에 관심을 갖도록 동기를 부여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7.5매

- 담배인삼신문 2003.06.20

이규섭

여행작가·시인·칼럼니스트, 전 국민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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