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3년 6월 17일 No. 776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 딴 글 보기 | 손님 칼럼 | 의견함 | 구독신청/해지 | columnist.org |
5년 사이 5백배로 늘어난 사이버범죄

인터넷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좋은 일도 많이 생기지만 나쁜 일도 그에 못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지금 사이버공간에서는 현실세계 이상으로 많은 범죄가 잇따르고 있어 네토피아(Netopia)를 염원하는 인터넷시대의 우리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관계당국과 사회단체 등에서는 가급적 사이버범죄를 줄여보고자 노력을 하고 있으나 바라는 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판국에 사이버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범죄가 최근 5년 사이에 무려 5백배 가량이나 늘어난 것으로 밝혀져 많은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이버범죄가 1997년 1백21건에 지나지 않던 것이 1998년 3백94건, 1999년 1천7백9건, 2000년 2천4백44건으로 완만하게 증가하다가 2001년 3만3천2백89건, 2002년 6만68건을 기록, 엄청난 폭으로 급증했다. 이는 그 동안 4백96배나 증가한 것으로, 이러다가는 앞으로 5년 뒤에는 얼마나 많은 사이버범죄가 발생할지 생각만 해도 아찔해진다.

사이버범죄자 수도 지난 97년 1백41명에서 지난해는 3백35배에 이르는 4만7천2백52명으로 늘었고, 그 전해인 2001년의 2만4천4백55명 보다 곱절 가까이 증가했다. 이 가운데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타인의 정보를 빼내다 발각된 사람은 1천1백46명으로 1년 사이 6배나 된다는 사실에 이르러서는 두려운 마음까지 생긴다.

사이버범죄는 유형도 가지가지이다. 음란물 배포나 해킹, 사이버테러 등은 기본(?)이고 개인정보침해, 전자상거래 사기, 명예훼손, 사이버 폭력, 바이러스 유포, 불법사이트 개설, 서비스거부공격 등 참으로 다양하다.

경찰청 발표 내용 가운데 다만 해킹과 바이러스 유포 등 사이버테러형 범죄는 2001년 1만6백38건에서 2002년 1만4천1백59건으로 증가폭이 줄었다는 것이 다소 위안(?)이 된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해 전체 사이범범죄의 4건 중 1건 꼴이라는 점에서는 오히려 우려해야 할 일이라고 하겠다.

사이버공간에서의 범죄가 쉽게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인터넷의 특성 때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 대표적인 것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아도 되는 「익명성」이다. 이쪽의 신분을 상대방에서 알 수 없으니 무슨 일이든 마음놓고 저지를 수가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익명성을 악용한 범죄자(?)가 저지른 일은 무슨 내용이든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할 수 있는 「즉시성」과 「개방성」에 있다. 아날로그시대처럼 1대 1의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불특정다수간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짐으로써 내용에 따라서는 그 피해가 실로 엄청나다는 사실이다.

이따금 인터넷 게시판에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등에 관해 근거 없는 얘기가 실리고, 그것이 삽시간에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퍼지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이는 익명성, 즉시성, 개방성이라는 인터넷의 속성 때문인 것이다. 인기가 높은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치고 사이버테러나 다름없는 이 같은 횡포에 시달리지 않은 사람을 드물 것이다.

여러 가지 사이버범죄 가운데 가장 무서운 것을 말하라면 아마도 「개인정보 침해」가 아닌가 한다. 지금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도 바로 개인정보의 유출 가능성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하겠다. 학생들의 신상에 관해 낱낱이 기록돼 있는 만큼 만약에 그 정보가 유출될 경우 매우 불행한 사태가 벌어진다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경찰청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의 1·4분기에 접수된 사이버 범죄 신고민원 가운데 개인정보침해는 모두 5천1백8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천1백49건보다 60.8%나 늘어났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개인정보가 유출됨으로써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입는 사례를 신문과 방송보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자상거래 사기도 마찬가지이다. 홈페이지나 e메일을 통해 홈쇼핑이나 경품지급 등의 이벤트로 네티즌들을 유혹한 뒤 돈만 받아 챙기고는 자취를 감추는 이른바 「넷치기」사건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나 계좌번호를 가르쳐주는 바람에 2중3중의 피해를 입는 경우도 흔하다. 네티즌의 15%가 넷치기를 당한 경험이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와 있다.

음란물 유포도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하루 9억건이나 된다는 우리나라 스팸메일의 3분의 2가 음란물이라고 하니 네티즌들의 정서를 황폐화시키지나 않을까 우려되는 실정이다. 그 중에서도 청소년들에게 배달되는 음란메일이 하루 평균 23건이라는 사실은 놀랍기만 하다.

한국정보진흥원이 지난 5월에 조사한 바로는 성인의 경우는 하루 평균 40건의 스팸메일을 수신하고 이 가운데 60%인 24건이 음란메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청소년의 경우는 이보다 더 높아 하루에 배달되는 스팸메일 36건의 63.8%인 23건이 음란메일이라는 사실은 문제가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님을 일깨워 준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사이버범죄가 쉽게 일어나는 것은 인터넷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 중의 하나인 익명성 때문이다. 이 익명성이야말로 인터넷을 발전시킨 최대의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익명성이 아니었다면 아마 지금과 같이 「열린 사회」를 이룩하는 것이 불가능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익명성이 가져다주는 폐해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이른 것 같다. 일부 신문사나 인터넷사이트에서는 다소의 저항과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실명제를 채택하고 있다. 깨끗한 인터넷 환경을 조성하자는 차원에서이다. 최근 들어 「클린 인터넷운동」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인터넷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점점 범죄의 온상으로 변해 가는 사이버공간을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척박한 논밭에서는 농사를 지을 수 없고 따라서 곡식을 거둘 수 없듯이, 인터넷세상이 황폐해져서는 행복한 미래를 설계할 수 없고 따라서 불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2003.06

--------------
이재일
http://columnist.org/netporter/
칼럼니스트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

http://columnist.org

[칼럼니스트]를 이메일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