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3년 6월 12일 No. 774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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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받는 기존 보도관행

인터넷 활용 범위는 이제 인간 사회의 모든 부문에 걸치고 있다. 보도 기능은 가장 중요한 것의 하나다. 인터넷 신문, 인터넷 방송, 인터넷 잡지가 나날이 세력을 키워가고, 인터넷을 통한 개인(1인) 저널리즘도 만만치 않은 존재로 떠오르고 있다.

어떤 인터넷 신문에는 수만 명의 시민 기자가 참여하여 활동한다. 게다가 최근에는 블로그의 유행으로 누구나 쉽게 세상에 대고 어떤 사실을 알리거나 의견을 발표할 수 있다. 누가 기자고 누가 기자가 아닌지 모를 세상이 된 것이다.

엠바고란 정보 제공자가 기자들에게 요청해서 또는 기자들이 합의해서 정한 시간까지 보도를 늦추는 것이다. 오프 더 레코드는 정보 제공자가 보도를 하지 말아달라고 하는 부탁이다. 이 두 가지는 누가 기자인지 아닌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성립될 수 없다.

지난 5월말 미국 신문 월 스트리트 저널이 샌디에고에서 정보기술 관련 행사를 주최했다. 이 행사에는 빌 게이트를 비롯한 업계 거물들이 참석하여 인터뷰에 응했다. 인터뷰 발언들은 행사가 끝난 뒤 보도될 것이고 또 발언자들이 빼 달라는 부분은 빼기로 돼 있어서 발언자들은 부담없이 이런저런 말들을 쏟아낼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자리에 청중으로 참석했던 네티즌 두 사람이 자신들의 불로그에 인터뷰 내용을 냉큼 실어 버렸고 이것이 널리 퍼져 나갔다. 월 스트리트 저널이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문제의 두 네티즌은 오프 더 레코드 같은 제약이 있는 줄 몰랐으며 알고 있다 하더라도 기자가 아닌 자신들은 그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두 사람을 단순한 청중이라고 볼 수는 없다. 기자와 청중을 구별할 수 없는 세상이 되고 보니 엠바고나 오프 더 레코드를 거는 행사란 열기 어렵게 됐다. 연다 해도 참석자를 극도로 제한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벼룩시장 <즐거운 인터넷 여행> 2003.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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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문
칼럼니스트, 대진대학교 통일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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