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3년 6월 8일 No. 770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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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섭의 세상 엿보기(13)
'가면 누드파티'

성(性) 풍속을 노골적으로 나타낸 춘화(春畵)는 현대의 포르노 사진에 견줄 만큼 야하다. 춘화는 성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지만 예전엔 부적(符籍)구실도 했다. 일본에서 춘화는 악령을 쫓는 주술적 힘이 있다고 믿어 액땜용으로 몸에 지녔다. 증명사진 크기 만한 19세기 중국의 미니 춘화들은 호신용으로 씌었다. 조선시대 때 춘화는 출가를 앞둔 여성의 성교육용이기도 했다.

국내 처음으로 지난달 문을 연 '아시아 에로스박물관'(서울 삼청동)에는 아시아 각 국의 춘화를 비롯, 남근석(男根石)·성 노리개 등 현대 이전 물건 300여점이 전시돼 눈길을 끈다. 조선시대 때 엽전 모양의 놋쇠에 성애를 묘사하여 시집가는 딸에게 건넸다는 '별전(別錢)' 등 진귀한 물건들은 선조들이 성문화를 어떻게 인식하고 향유했는가를 보여준다.

예전에는 춘화나 포르노 사진을 통해 은밀하게 성을 훔쳐보았지만,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포르노 동영상을 버젓이 보여주는 시대다. 향락문화의 독버섯이 생활주변까지 파고들어 향락형 범죄를 부추긴다. 윤락, 원조교제, 변태영업, 갈취, 인신매매 등 죄목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범죄유형도 다양하다. 형법, 윤락행위방지법, 공중위생법, 식품위생법, 미성년자보호법 등 매매춘을 금지하는 법규만 10여개에 이르지만 향락형 범죄는 오히려 늘고 있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고급룸살롱이나 호스트술집 등 향락산업은 불황 속에서도 성업중이다.

인터넷을 통한 성 문란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었다. 익명으로 향락에 탐닉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 인터넷이 향락에 날개를 달아준 꼴이다. 알몸을 보여주는 음란채팅이 있는가 하면 인터넷을 통한 매매춘이 기승을 부린다. 부부 또는 연인들이 서로의 파트너를 바꿔 성행위를 하는 '스와핑'에 이어, 자신의 아내를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남성에게 소개해 성관계를 맺게 하는 신종 성도착증인 '트리플 섹스' 도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니 성의 타락이 갈 데까지 간 것 같다. 사회적 성취에만 매달린 남성의 성 의식이 정보화사회를 타고 왜곡된 행태로 나타나는 데다 포르노그라피 등 음란물의 범람이 성 일탈을 부추긴 결과다.

최근 인터넷 화상채팅사이트를 통해 회원을 모집한 뒤 '가면 누드파티'를 열었던 카페주인이 사이버범죄수사대에 적발돼 구속된 사건은 '발가벗은 성 타락'의 극치다. 인터넷 구직 사이트를 통해 고용한 가정주부·대학생 등 접대부와 역시 인터넷을 통해 모집한 남자 회원에게 1인당 입장료 30만원을 받고 가면만 쓴 채 옷을 벗고 음란행위를 벌였다니 얼굴을 가릴 양심은 남아 있었는가 보다. 우리 사회의 성도덕 타락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성 문란 범죄를 단속이나 처벌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은 지났다. 인터넷 강국에 걸맞는 윤리의식 확립도 시급하지만 향락을 조장하는 사회분위기가 혁신돼야 한다.

- 담배인삼신문 2003.06.05

이규섭

여행작가·시인·칼럼니스트, 전 국민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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