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3년 5월 11일 No. 746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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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섭의 세상 엿보기(10)
명품이 뭐길레

명품 좋아하는 여성이 외출할 때 신을 하이힐과 들고 갈 핸드백, 자외선을 피할 모자, 땀 닦을 손수건을 명품으로 갖추려면 얼마나 들까?. 직수입 해외명품만을 취급한다는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 봤다. 하이힐 48만원, 핸드백 75만원, 모자 19만8000원, 손수건 18만7000원으로 4가지 품목에 161만5000원이다. 여기에 수십만원한다는 팬티를 입고, 다이아몬드가 박힌 수천만원대의 시계를 차고, 보석반지를 끼고 진주 목걸이까지 걸치고 거리에 나서면 그 여성은 '움직이는 명품'이다.

"말 없는 보석이 살아 있는 인간의 말보다 여자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여성들은 보석과 명품이라면 사족을 못 쓸 정도로 좋아한다. 요즘은 남녀와 사회계층을 뛰어넘어 유명 브렌드를 즐겨 찾는다.

명품(名品)이란 장인(匠人)이 만든 예술적 가치가 있는 수공품이다. 5대 이상 가업으로 이어져야하고, 일련번호와 함께 '족보'가 붙어있어야 한다. 17세기 이탈리아 악기공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만든 '레드 바이올린'이야말로 명품중의 명품이다. 사랑하는 부인이 죽자 손목에서 피를 내 그 피로 악기를 칠했으니 사랑과 열정과 예술혼이 바이얼린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마차 로고로 유명한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출발도 말안장 등을 만드는 마구상(馬具商)이었다. 섬세함과 튼튼함, 실용성을 고루 갖춘 장인정신은 몇 대를 이어 새로운 명품을 꾸준히 창안해 냈다.

우리가 흔히 명품이라고 알고 있는 제품은 디자이너 구즈(Designer Goods)가 아닌 럭셔리(Luxury)다. 다량으로 생산하는 유명 브렌드와 유명 메이커일 뿐이다. 그런데도 너도나도 명품을 찾다보니 가짜명품이 판을 친다. 지난해 가짜 명품 밀수출·입 규모는 2492억원으로 한국은 '가짜 명품의 천국'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까지 붙었다. 국제사회의 눈총은 물론 통상 문제로 비화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까지 생겨나고 있다.

돈 많은 사람들이 유명 브렌드 제품을 비싸게 구입한다고 나무랄 일은 아니다. 비록 위화감은 줄망정 "내 돈 내가 쓰는 데 웬 참견이냐"면 할말이 없다. 문제는 일정한 소득이 없는 20대까지 명품구입 대열에 가담하다가 신용불량자로 전락 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최근 어느 서울 명문 사립대 휴학생은 훔친 돈으로 명품을 구입하여 허세를 부리리다가 철창신세가 됐다. 친구어머니 신용카드를 훔쳐 몽블랑 시계 등 1000만원이 넘는 명품을 구입했는가하면, 친구 집에서 2000만원을 호가하는 롤렉스시계에 손을 댔다.

남에게 과시하려는 가진 자들의 허영심과, 사치에 물불 가리지 않는 젊은이들의 무절제한 과소비가 사라지지 않는 한 명품열기는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 <담배인삼신문 5월9일자> (2003.05)

이규섭

여행작가·시인·칼럼니스트, 전 국민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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