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3년 5월 9일 No. 744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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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바꾸는 네티즌 파워

네티즌은 시민을 뜻하는 시티즌(citizen)과 통신망을 뜻하는 네트워크(network)의 합성어로 정치성이 다분히 함축돼 있다. 개인적 이익이나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통신망을 활용하는 사람은 네티즌으로 볼 수 없다. 온라인 공동체를 형성하여 문화적 주체로서 활동하는 이들이 네티즌이다.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나타난 네티즌의 파워는 시대를 변화시킬 만큼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네티즌은 이제 시대의 흐름과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월드컵에서 ‘붉은 악마’로 등장한 네티즌들은 ‘한국 축구 4강 신화’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두 여중생의 참혹한 죽음이 알려지고, ‘앙마’라는 네티즌이 ‘광화문에서 반딧불이가 됩시다’라는 글을 올린 지 보름만에 코흘리개에서 노인까지 광화문에 나와 촛불 시위를 벌였고 그 열기는 전국으로 확산됐다. 지난 대선 때 정치 지형까지 바꾼 것도 네티즌의 힘이다. 현실을 감성적으로 느끼며 개성적으로 즐기는 네티즌 세대가 우리 사회를 빠른 속도로 변화시키고 있다.

70.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인터넷 언론은 이제 여론을 주도하는 매체로 발돋움했다. 5060세대인 보수파들은 뿔뿔이 흩어져 있는 반면, 운동권 출신들과 20대는 인터넷을 통해 조직화되고 있다.

인터넷은 말 그대로 또 하나의 삶의 공간이다. 네티즌들은 답답한 현실 공간보다 사이버 공간에서 정보를 얻고 대화를 주고받으며 또 다른 생활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이버도 생활의 공간인 만큼 갖춰야 할 기본 윤리가 필요하다. 익명성을 무기로 허위사실 유포, 욕설.비속어의 남발, 근거 없는 비방 및 도배성 글 게재 등 온라인상의 사생활 침해와 명예훼손이 급증하고 있어 문제다. 부작용을 막을 대안으로 인터넷 실명제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사이버 공간의 익명성이 훼손되면 ‘표현의 자유’나 ‘사생활 보호’가 침해될 수 있고, 수많은 네티즌을 잠재적 범죄자로 생각하는 적대적인 정책이라는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 등 인터넷 활동을 제약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실명제 도입은 필요하다. 떳떳이 이름을 밝히고 자기 주장을 위풍당당하게 펴야 사이버 세상도 밝아 질 것이다.

또한 네티즌들은 마음에 드는 글이나 동영상을 다른 사이트로 퍼다 나르고, 싫은 대목에는 ‘댓글’을 달아 곧바로 ‘방법(네티즌의 은어로 응징한다는 뜻)’에 들어간다. ‘나하고 다른 생각은 말살하겠다’는 듯이 예사로 비방이나 폭언을 퍼붓는다. 그들은 ‘옳다. 그르다’ 보다는 ‘좋다. 싫다’로 가치를 부여한다. 일방적 주장 보다 남의 의견에도 귀담아 들을 줄 아는 아량이 필요하다. 황희 정승은 다툼을 벌인 두 사람의 의견을 모두 들은 후 “모두 옳다”고 판결을 내린 후 “그런 판단을 한 나도 옳다”고 했다. 논쟁을 하다보면 상대방의 주장에도 타당성이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인터넷 과다사용으로 발생되는 ‘인터넷중독’ 현상은 술.담배.약물중독과 같은 사회적 폐해를 가져올 만큼 심각하다. 인터넷게임에 빠져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채 중도에서 학업을 포기하고, 밤샘 인터넷게임이 원인이 되어 심장마비 등으로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세상살이가 그렇듯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한 경우가 많다. 인터넷중독의 경각심과 예방을 위한 홍보와 치료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가 절실하다. 인터넷은 우리생활의 필수도구가 됐다. 밝고 건강한 인터넷 세상을 위해 인터넷문화 윤리규정의 제정도 바람직하다

- <이수그룹 사보 2003 봄호> (2003.05)

이규섭

여행작가·시인·칼럼니스트, 전 국민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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