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3년 5월 4일 No. 739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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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섭의 세상 엿보기(9)
성형미인

"우리 시대 여성들은 형식미·모방미·관능미를 극복해야 한다" 지난 3월 백기완 선생이 '한국의 미인론'이란 문화특강을 통해 강조한 이색주장이다. 껍데기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형식미, 서양여자의 모습을 베끼는 모방미, 웃음을 팔아 사는 직업여성의 관능미는 주체성 없는 미의 지향이라고 지적했다.

아름다운 여자란 세 가지 요건을 극복하고 '나네·도랑네·너울네'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나네는 언 땅을 뚫고 일어서는 싱그러운 새싹 같은 여인이고, 도랑네는 칠흑의 밤을 무너뜨리는 한 점 불빛 같은 여인, 너울네는 다른 사람을 위해 목숨을 던져 일한 후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제 길을 가는 여자라고 풀이한다. 순 우리말 개념이 다소 추상적이지만 한마디로 주관이 뚜렷하고 개성이 돋보이는 여인이 아름답다는 것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미인관도 많이 변했다. 전통적인 한국의 미인상은 이마가 좁고 코가 높지 않은 동그란 얼굴이었다. 60∼70년대에는 둥근 얼굴에 볼 살이 많고 이목구비가 두드러지지 않아 보이는 여성들이 미인으로 꼽혔다. 요즘에는 이마에서 눈, 눈에서 코, 코에서 턱까지 3등분이 균일하게 되는 서구적 미인상이 우리 사회의 미인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외모지상주의가 판치는 세상이 됐다.

친구·이성관계 등 인간관계가 외모에 의해 결정되고, 취직의 관문인 면접시험 결과가 인상에 좌우되는 한 '겉모양 가꾸기'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다. 면접에서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구직자의 14%가 성형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한 여론조사에선 우리나라 13∼43세 여성의 68%가 '외모가 인생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대답했을 정도로 겉모습에 신경 쓴다.

초등학생들까지 성형열풍에 휩쓸리면서 성형동호회 사이트에는 성형수술 후기와 상담사례, 전문병원 소개 등이 가득 올라와 있다. '견적 뽑기' 사이트에는 자동차 보험료를 산출하듯이 수술 부위별 가격, 신용카드 할부 가능표시까지 안내하며 성형을 부추긴다.

코를 오뚝하게 세우고 쌍꺼풀 수술을 하던 추세는 성형의 고전이다. 지금은 눈·코·턱은 물론, 속눈썹·허벅지·보조개·입술까지 뜯어고친다니 '자연 미인' 보다 '성형 미인'이 판치는 성형공화국이 돼버렸다. 현재 미용성형을 시술하는 개업의만 2,300여명이고, 한해 미용성형 시장규모는 약 7,000억∼1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고통 받는 피해자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 데 최근 20대 여성 2명이 성형수술 실패에 비관한 나머지 동반자살한 것은 외모지상주의에 경종을 울리는 끔직한 사건이다. 잘생겼든, 못생겼든 개성 넘치는 자연스러운 얼굴이 더 아름답다. 유행가 가사처럼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 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

- <담배인삼신문 5월2일자> (2003.05)

이규섭

여행작가·시인·칼럼니스트, 전 국민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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