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3년 4월 21일 No. 728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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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전쟁, 유머는 유머?

미국이 이라크를 쳐서 쑥대밭을 만들었다. 전쟁은 죽음과 통곡, 부상과 신음, 파괴와 약탈, 증오와 혼란을 비켜 가지 않았다. 고도 바그다드는 부서지고 이라크 대통령 사담 후세인의 행방은 불명이다. 미군은 건물 잔해 속에서 사담의 살점이나 뼈조각을 찾지 못해 아쉬워한다. 워싱턴에서는 미국 대통령 조지 부시의 승전 연설이 뜨거운 박수를 받는다.

이 전쟁의 어느 결과보다도, 그러니까 사담 후세인의 생사보다도, 이라크 공보장관 모하메드 사이드 알 사하프의 생사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의 독특한 독설과 유머 감각을 더는 접할 수 없게 된 것을 서운해하는 미국 사람들은 웹사이트를 만들어 그의 어록을 챙겨놓는다.

WeLoveTheIraqiInformationMinister.com이라는 이름이 아주 긴 '이라크 공보장관을 사랑하는 사이트'에서는 사하프의 긴 이름을 M.S.S.라고 줄여서 부른다. 여기에는 그의 어록 말고도 여러 가지 웃음을 자아내는 내용이 있다.

그 하나는 역사적 장면에 붙인 패러디들. 제2차 세계대전 때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사진을 배경으로 하고 M.S.S.는 말한다. "미군이라뇨? 웬 미군? 프랑스에 미국인 이교도가 들어온 일이 절대로 없습니다.." 바그다드 일각이 무너진 상황에서 그가 한 말은 "미군이라뇨? 웬 미군? 바그다드에 미국인 이교도가 들어온 일이 절대로 없습니다."였던 것이다.

그가 등장하는 영화를 만든다면 용모가 비슷한 시드니 폴락이 맡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하고, 그를 모델로 하여 몽타주한 기업 광고 패러디들도 올려진다.

사담 일당이 그를 내팽개쳐두고 도주했으며 그가 자살했다는 풍문이 떠도는 가운데, 어떤 이들은 그가 꼭 살아서 텔레비전 토크쇼를 맡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말하기도 한다. 진심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절반쯤은 유머일 것이다.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고 유머를 즐기기도 하는 인간 세상은 비극이며 희극이다.

- FindAll.co.kr '즐거운 인터넷 여행' (2003.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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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문
칼럼니스트, 대진대학교 통일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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