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3년 4월 7일 No. 724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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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폭탄

이라크를 침공한 미군이 써먹을지도 모를 신무기 가운데 '전자폭탄'(E-bomb)이란 것이 있다고 한다. 이 폭탄은 강한 전자파를 내쏘아 전자장치들을 못쓰게 만든다. 이것의 장점은 건물을 부수거나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으며, 또 효과범위가 비교적 좁아 이른바 족집게 공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폭탄의 존재를 미국 국방부 관리들이 공식적으로 시인하고 있지는 않다.

인명 피해 없이, 적의 통신을 마비시키고 전자장치로 통제되는 모든 군사장비를 무력화하는 이 폭탄을, 인명존중 무기라고 어떤 이는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강력한 전자파의 파괴력이 지하 벙커 속의 전자기기 회로를 녹일 정도라면 정말 사람에게 무해할까. 인간 뇌의 회로까지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닐까. 당장은 아니더라도 치매가 일찍 온다든가,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닐까. 부엌의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의 전자파 정도도 가까이서 자주 쬐면 인체에 나쁘다는데 말이다.

정말로 인체에 손톱만큼도 해가 없다고 하자. 그렇다고 해도 이 폭탄은 대량살상 무기 이상으로 위험하다. 통신과 인터넷 마비의 혼란이 몰고 오는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는 우리는 조금 경험해서 알고 있는 바다. 그보다도 문제는 이 폭탄이 사람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건물을 부수지는 않는다지만, 건물에 전기와 물을 공급하고 환기하고 냉난방하고 화재를 감시하고 진화하는 전자제어장치가 먹통이 되면 그 안의 사람들이 온전할까. 특히 병원이라면 엄청난 참상이 벌어질 것이다. 과잉공격이나 오폭의 위험은 언제나 있다.

이 폭탄의 파괴력은 컴퓨터와 인터넷의 사용이 많은 적국에 쓰일 경우 더욱 가공할 효과를 볼 것이다. 정보통신 강국도 몇몇 주요 장소를 이 폭탄으로 공격당하면 나라 전체가 정보의 황무지나 마찬가지가 될 테니까.

인간들이 파괴를 위해 머리를 쓰지 않게 되는 날이 언제나 올까. 인간 마음 속의 폭력적 이기심과 증오를 녹일 평화적이고 정신적인 신무기는 없을까.

- 벼룩시장 <즐거운 인터넷 여행> 2003.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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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문
칼럼니스트, 대진대학교 통일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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