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기자가 2003년 3월 31일 세계일보사에서 퇴직함에 따라
[그해 오늘은]도 이 날짜의 것이 마지막입니다. 그의 딴 글을 기대해 봅니다. - [칼럼니스트]
칼럼니스트 2003년 3월 31일 No. 722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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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1일 [그해오늘은] '작가 제인 에어'



1855년 오늘(3월31일) 샬럿 브론티는 숨지나 그의 '제인 에어'는 오늘도 살아 있다.

이 소설이 영국에서 도서관의 대출순위 3번째로 인기가 있다는 말이 아니다. 그 남자 주인공 로체스터가 '남성다운 남성'의 표상으로 살아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친동생인 에밀리 브론티의 '폭풍의 언덕'도 마찬가지다. 그 여주인공 '캐시'는 쉬이 잊을 수 있어도 괴기스러운 '히스클리프'를 잊기는 어렵다.

그것은 우연만은 아니다. 두 소설에 흐르는 쓸쓸하고 음산한 분위기와 같다. 황야 한가운데 외롭게 서 있는 목사관에서 비석과 가족들의 죽음만 보고 살아온 자매들의 어린 시절이 여과돼 독특한 문학적 향기를 뿜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그곳을 떠나 벨기에의 한 기숙학교에서 공부한 것도 같다. 그러나 향수가 강한 에밀리는 일찍 '폭풍의 언덕'으로 돌아오고 샬럿은 그 학교에 교사로 남으면서 삶도 작품도 다른 길을 걷는다.

샬럿이 유부남인 그 학교의 경영자 에제와 서로 사랑하지만 고향으로 돌아오는 장면은 '제인 에어'에서도 봄직하다. 제인 에어가 결혼을 앞두고 도망치는 장면이다.

빅토리아 윤리의 시대에 에제와의 결혼은 순애이자 순교여서 샬럿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소설 속의 제인 에어를 불타버린 저택에 눈이 멀어 있는 로체스터에게 되돌아가게 함으로써 순교를 대신한다.

그런 로체스터나 히스클리프가 '꽃미남'에게 밀려나는 요즘 샬럿이 또 한번 영국을 설레게 한다.

그의 미발표 유작으로 그동안 박물관에 보관됐던 '스탠클리프'가 곧 출판된다는 소식 때문이다.

손바닥만한 종이에 1000자 가까이 깨알같이 썼던 그의 글은 원고지가 디스켓에 밀려나는 시대여서 새삼 반갑다.


- 세계일보 200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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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평 (梁平)
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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