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3년 3월 19일 No. 714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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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9일 [그해오늘은] 앤드류 영



1965년 오늘(3월19일)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서 열린 민권 대행진은 이제 세인들의 기억에 없다. 그 2년 전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마틴 루터 킹의 연설로 시작된 워싱턴 대행진의 기억이 너무 뚜렷해서인지 모른다.몽고메리 대행진은 한달 전 흑인 인권운동가 말콤 엑스가 피살된 데 따른 항의성 집회였다. 이 집회는 훗날 첫 흑인 유엔대사가 된 앤드류 영의 연설로 포문을 연다.

그 영이 2000년 얼핏 다른 얼굴의 민권운동가로 나선다. 백인을 비난하는 민권운동의 '정석'을 벗어나 백인을 변호하는 민권운동가가 된 것이다.문제의 백인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구원투수 존 로커. 그는 전 해 20세의 나이에 38세이브를 기록해 팀의 월드시리즈 진출에 일등공신이 됐으나 철이 덜든 것은 어쩔 수 없었다.그는 한 스포츠지와의 인터뷰에서 "뉴욕은 전과자 같은 놈팡이들과 머리를 보라색으로 물들인 여자애들, 에이즈 환자 미혼모 등 흑인으로 가득한 동네…"라는 식으로 떠들었다.

그런 말을 그대로 쓴 신문도 철이 있는지는 의문스러우나 사건은 시끄럽게 됐다. 애틀랜타는 마틴 루터 킹의 고향이고 브레이브스는 행크 아론이 지난날의 홈런왕이자 당시의 부사장으로 있는 구단이다.

흑인팬들의 반발에 밀려 구단측이 2만달러의 벌금에다 몇개월 출장금지를 결정하자 영은 행크 아론과 로커의 고향인 메이컨의 흑인시장 잭 엘리스 등과 무마에 나섰다. 그래서 처벌은 출장금지 2주에 500달러 벌금으로 가벼워졌다.

영의 '민권운동'은 그런 것이다. 그가 정치를 할 때 훗날의 대통령이 된 카터의 어머니는 돈을 보내주었고 그도 민권운동가였다. 다시 말해 미국의 민권운동은 흑인만의 일방통행이 아니라 백인과의 쌍방통행이고, 그래서 힘이 붙는다.


- 세계일보 2003.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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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평 (梁平)
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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