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3년 3월 15일 No. 712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 딴 글 보기 | 손님 칼럼 | 의견함 | 구독신청/해지 | columnist.org |

3월 15일 [그해오늘은] '3월 15일을 조심하라'



오늘(3월 15일)은 무서운 날이다. BC 44년 오늘 시저가 칼에 맞아 죽으면서 "3월 15일을 조심하라"고 해서다. 자기가 죽었으면 그만이지 남까지 그 날을 겁내게 한 것이 못마땅하나 께름칙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시저가 숨진 뒤 암살범의 하나인 카시어스가 "이 위대한 장면은 후세에 두고두고 되풀이될 것이다"고 해서 더 그렇다.

그래선지 엘바섬에 유배됐던 나폴레옹이 1815년 오늘 다시 '황제'로 떠받들린 것도 그 일을 떠올리게 한다.

엘바섬을 탈출한 그는 파리 입성(20일)을 앞두고 일부 신문들로부터 이미 '황제'로 떠받들리나 그 뒤끝이 나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두번째 황제 자리는 백일천하로 끝난 채 그는 지중해의 엘바섬이 아니라 남아프리카의 세인트헬레나섬으로 쫓겨 갔으니 황제로서 두번 죽은 셈이다.

1960년 오늘 일어난 3.15부정선거도 황제 자리를 얻으려던 시저가 목숨만 잃은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야당 후보가 죽어 저절로 대통령에 당선된 이승만과 자유당은 부통령 자리까지 강탈하려다 쫓겨난 것이다.

여기엔 2000년 전의 황제와 20세기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을 어떻게 동렬에 놓을 수 있느냐는 반론이 따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뾰족한 답은 없으나 지난해 대선을 20일 앞두고 국립극단이 '줄리어스 시저'를 공연한 타이밍을 들 수는 있다. 그 대선국면이 시저 시절의 로마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점도 들 수 있다.

시저가 안토니우스와 브루투스의 연설에 따라 '로마의 은인'과 '공화정의 배신자' 사이를 오갔다면 대선 후보들은 매스컴의 입살에 따라 오르내렸다.

그래서 우왕좌왕한 유권자들도 로마 시민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 세계일보 2003.03.15

-----
양 평 (梁平)
http://columnist.org/yangpy

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칼럼니스트]를 이메일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columnist.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