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3년 3월 10일 No. 706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 딴 글 보기 | 구독신청/해지 | columnist.org |
살인 부른 '나이지리아 편지'

'나이지리아 편지'라면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런데도 이 사기 편지의 피해자는 계속 나온다. 전세계에 이상한 편지를 보내는 나이지리아의 사기꾼 조직들이 수십 년 동안 똑같은 수법을 내내 쓰고 있는데도 속는 이는 여전히 있으니 세상 참 묘하다.

발신자는 반정부 인사의 미망인이나 전직 고관을 사칭하면서, 숨긴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려는데 은행예금계좌를 잠시 빌려주면 어마어마한 사례금을 주겠다고 제의한다. 이 제의는 나이지리아의 파란많은 정치상황을 배경으로 깔고 있어 그럴싸하게 들린다. 종이우편으로 발송되던 이 편지는 인터넷 시대에 들어서자 이메일로 대체되었다. 걸려들었다 하면 거액을 털린다.

미국에서 피해자가 속출하자 지난해 연방수사국이 피해 조사에 나서고 미국 정부가 이 사기행위를 단속하라고 나이지리아 대사를 통해 강력하게 요청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악명높은 국제 사기행위가 국가 체면을 말도 못하게 구겨놓건만 깔끔하게 뿌리뽑지는 못하는 듯하다. '나이지리아 편지' 때문에 올해 2월 체코에서 나이지리아 외교관이 공관 안에서 살해되는 일까지 일어나고 말았다.

사기꾼에게 걸려든 72세 체코 노인은 돈을 되찾게 해 달라고 체코 주재 나이지리아 대사관에 여러 차례 찾아가서 탄원했다. 상담자인 나이지리아 공사가 어떻게 응대했는지 격분한 노인은 그를 총으로 쏴 죽였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당장 대사를 소환했다. 해외 주재 외교관이 살해되는 지경까지 이르렀으니 그 고약한 사기 조직들을 이제 제대로 소탕할지 모르겠다.

돈버는 방법에 관한 온갖 달콤한 유혹이 이메일로 쏟아져 들어온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서 그런 유혹을 받으면 그렇게 좋은 일을 왜 나한테까지 알려줄까 의심해야 한다. 인터넷에 넘쳐나는 갖가지 일확천금의 꼬드김은 다 사기라고 보고 지나쳐버리는 것이 안전하다.

- 벼룩시장 <즐거운 인터넷 여행> 2003.03.10


-----
박강문
http://columnist.org/parkk
칼럼니스트

http://columnist.org

[칼럼니스트]를 이메일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