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3년 2월 27일 No. 700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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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춘 비용 연간 24조

성을 팔고 사는 행위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 시작됐다. 원시사회에서도 사냥해온 먹이 감을 얻기 위해 성을 제공했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매매춘의 형태는 사원매음(templeprostitution)이다. 사원에 맡겨진 하층민 출신의 무희(舞姬)가 참배자에게 몸을 맡김으로써 사원의 재정을 충당했다는 것이다. 고대 인도나 이집트, 페르시아 등지에서 성행했다.

맹자도 '식색(食色)은 성(性)'이라고 할 정도로 성(性)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다. 지구상에서 영원할 3대 사업 중 하나로 '섹스 산업'을 꼽는 경제학자도 있다. 성문제 전문가들은 21세기에는 비정상적 성문제가 우려할 만한 상황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최근 향락산업이 망국병으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특정 지역내 매매춘을 합법화하자는 '공창제' 도입을 둘러싸고 찬반논란이 일고 있다. 성매매를 무조건 막으면 성범죄가 늘어날 것이라는 찬성론과 여성의 인권침해가 더욱 심각해 질 것이라는 반대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향락산업의 번창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성매매를 통해 거래되는 화대(花代)가 연간 24조원이라는 형사정책연구원의 최근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그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4.1%로 농수산업 분야 총생산액(24조원)과 맞먹고 건설업(44조원) 총생산의 55%에 달한다니 기가 막힌다.

매매춘에 전업(專業)으로 종사하는 여성도 최소 33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나마 이는 사창가와 유흥주점, 이발소 등 '소속'이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다. 10∼20명씩 여성을 확보해 놓고 점조직으로 운영되는 전국 1만개 이상의 '보도방'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인터넷 채팅을 통한 '부업' 형태의 직접적인 성매매도 조사에서 빠졌다. 이 같은 성매매까지 포함하면 매춘 여성은 20∼30대 여성 800만명 중 최소한 50만∼6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돼 15명에 1명 꼴이다. 여기에 은밀하게 거래되는 원조교제까지 포함한다면 우리나라는 매매춘이 판치는 부끄러운 사회다.

성을 사고 파는 행위는 산업형·기업형으로 바뀌면서 무차별적으로 생활속에 파고들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룸살롱·단란주점·호프집·소주방·마사지 업소·티켓 다방·퇴폐 이발소·노래방 등에서 쉽게 성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아주 독특한 나라임이 조사에서 확인됐다. 또 여관·출장 마사지·전단지 배포·직업소개소 등도 성 매매의 고리다. 인터넷 채팅과 PC방도 원조교제의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

특히 젊은 여성을 밝히는 '영계'문화는 매매춘과 원조교제를 부추기고 10대 소녀들을 향락업소로 끌어들이는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적 접대문화는 성매매 산업을 번창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다. 연간 5조원으로 추정되는 기업 접대비가 향락업소로 흘러들어 흥청망청 쓰이고 있는 것이다.

성 산업을 부추기는 또 다른 원인은 쉽게 돈을 벌기 위해서는 몸을 팔 수 있다는 도덕적 해이다. 내 몸 내 마음대로 하는데 왜 상관하느냐는 식의 태도와 '명품' 구입 열풍과 같은 사치풍조가 맞물려 젊은층을 중심으로 성 문란이 확산되고 있다. 원조교제나 매춘 등을 통해 성인들의 성매수 대상이 된 청소년들의 절반 정도는 학교를 계속 다니는 상태에서 성매매를 하고 있다는 조사도 나왔다. 청소년의 도덕적 불감증은 막다른 골목까지 간 것 같다.

또한 소개비와 선불금, 업주에 대한 가벼운 처벌 등 성매매 시장의 부채 메커니즘은 일단 발을 디딘 여성들을 더욱 수렁 속에 빠져들게 한다. 업주의 폭력과 위협, 제한된 인간관계 속에서 살면서 사회로 박차고 나가기란 쉽지 않다.

단속과 처벌만으로는 넘쳐나는 '섹스 산업'을 막기에는 역부족일 만큼 '성의 아노미'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한 분야에 대한 처방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게 됐다. 건전한 성문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 <담배인삼신문 2월21일자> (2003.02)

이규섭

http://columnist.org/kyoos
시인·칼럼니스트, 전 국민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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