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3년 2월 21일 No. 604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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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방정식

행복이라는 개념은 매우 막연하다. 주관적인 면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안이나 조건이 한편에는 큰 만족감을 주는 반면 다른 한편에는 전혀 반대일 수가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행복의 객관화, 수량화에 대한 유혹을 쉽게 떨쳐버리지 못한다.

최근 영국의 심리학자 캐럴 로스웰과 전문 상담가 피트 코언이 창안한 행복 공식(Formula for happiness)’‘행복=P+(5×E)+(3×H)’가 좋은 예다. P는 개인적 특성(personal characteristics)으로 인생관, 적응력, 탄력성 등을 말하며, E는 생존의 조건(existence)으로 건강, 돈, 인간관계 등이다. H는 더 높은 수준의 조건(higher order needs)으로 자존심, 기대, 유머감각 등을 말한다. E에는 5배, H에는 3배의 가중치를 각각 준 다음 P와 합한 것으로, 100점 만점이며 점수가 높을수록 행복지수도 올라간다. 각 항목에 대해서는 자신이 1-10점을 매긴다.(구체적 항목 생략)

이렇게 공식화해놓으면 계량화에 상당히 접근할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이 항목마다 점수를 매겨야 하기 때문에 이 역시 생각만큼 객관성을 획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2백여 년 전 미국의 벤자민 프랭클린이 제시한 '행복=성취(또는 소유)/ 욕망'은 이들의 공식보다 간단하지만 오히려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즉 행복지수를 높이려면 많이 성취(소유)하거나 그게 어려울 경우 욕망을 줄이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성취, 성공, 욕망 역시 추상적이고 주관적이어서 수량화는 어렵다. 결국 행복은 자신의 의지 즉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어느 50대 부부가 불치병으로 몇 년 째 죽어가던 딸을 지켜보다가 마침내 사별했다. 자식은 그 애 하나 뿐이었다. 주위 누구도 그 부부의 슬픔을 위로할 방법을 찾지 못해 안타까운 표정으로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했다. 몇 개월이 지난 뒤 부부는 친구들 앞에 나타났다. 남편은 다니던 종교시설을 통해 실시하던 봉사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했고, 부인은 그보다 강도 높은 봉사활동에 참여, 병원에서 낯모르는 환자들 수발을 들고 있다고 했다. 외로움과 고통 속에서 투병하는 이들에게 희망과 따뜻한 손길을 주고 있는 것이다.

운영하던 가게는 봉사활동에 걸림돌이 되므로 처분했다. 그럼에도 그 부부의 표정에는 그전에 비해 어두움이 많이 걷히고 있었다. 그렇지만 주위의 반응은 다양했다.

그 부부의 행, 불행 여부를 얼른 판단하기 힘든 탓이었을 것이다. 그걸 행복 방정식에 대입할 경우 행복지수는 어떻게 나올 것인가. 아마도 그 답은 바로 당신의 마음에 이미 나와 있을 것이다. 당신의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한 방안도 동시에 발견했을 것이다.

행복 방정식은 같은 대상을 두고도 그렇게 여러 가지 답을 내놓는다. 이유는 행복이란 것이 본래 그렇게 되어먹었기 때문이다.

- 웹진 '인재제일' 2003 1.2월호 (2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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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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