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 세월 낚기
수묵의 어둠 헤치고
꽃 보다 먼저 눈뜨는 물안개
눈썹 끝에 걸린
이 세상 슬픔을 적시며
곰실곰실 피어오른다
강물 속으로
강물이 흐르듯
허리 굽은 세월은
산 그림자에 기대어
수초처럼 일렁이다
팽팽한 긴장을 비웃듯
낚시 끝에 걸리는
뼈만 앙상한 수초들
그리운 것들은
촘촘한 날들을 휘돌아
느린 걸음으로 오듯
입질은 늘 먼 곳으로부터 온다
은 비늘로 빛나는
은빛 꿈은
팽팽하게 포물선을 그리며
긴 기다림 끝에 입질을 한다.
<'국방저널' 2월호> (2003.02)
이규섭
시인·칼럼니스트
전 국민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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