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3년 1월 31일 No. 591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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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1일 [그해오늘은] 거북선 '복원'



역사(History)는 역사가가 꾸며낸 '그의 이야기'(His Story)라는 비웃음을 받는 수가 있다.

그런 식으로 1980년 오늘(1월31일) 해군사관학교에서 복원된 거북선을 보면 그것은 '그들의 이야기'가 형상화된 것이다.

전문가들이 총동원되다시피 해도 거북선의 정확한 내용을 모르고 만든 것이니 '복원'이라기보다 '그들의 창작'이라고 할 수도 있다.

태종시대의 문헌에서부터 비치기 시작한 구선(龜船)은 임진왜란을 거쳐 2세기 뒤인 정조시대까지 있었으나 그 모양은 제각각이었다.

임진왜란 때는 그 머리인 용두가 대포를 쏘는 포탑으로 사용되었으나 정조시대의 것은 연기를 뿜는 것으로 나온다.

따라서 입으로 연기를 내뿜는 지난날의 거북선 그림들도 잘못된 것은 아니나 그 주변에 왜선들을 그린 것은 착오다.

실은 오늘날 우리가 보는 충무공의 모습도 그렇다.

충무공의 얼굴은 그림으로는 물론 기록으로도 전해진 것이 없다. 유성룡의 글 등에서 "얼굴이 아담하여 수양하는 선비와 같다"는 대목이 나올 뿐이다.

그러나 군사정권 시절 김은호는 덕수 이씨로 훤칠한 청년을 골라 '표준영정'을 그렸으니 그것은 다른 위인용으로도 쓸 수 있는 '그의 그림'이었다.

김세중이 조각한 동상도 그것과 크게 다를 것은 없고 그렇기에 요즘 충무공 동상이 걸어다니는 CF는 또 다른 가상을 불러일으킨다.만일 충무공이 그런 식으로 지상에 나와 그 동상을 보면 누구의 동상일까 하고 고개를 갸웃할 것이어서다.

그러나 어쩔 것인가. 온 국민이 지혜를 짜내도 어쩔 수 없으니 그것은 '우리의 거북선'이다. 남해의 어느 뻘 속에서 거북선의 잔해가 발견되기까지는.


- 세계일보 200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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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평 (梁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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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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