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3년 1월 20일 No. 581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 딴 글 보기 | 손님 칼럼 | 의견함 | 구독신청/해지 | columnist.org |
세대 차이

지난 해 연말 대통령선거 이후 사람들 입에 가장 많이 오르는 내리는 말이 세대 차이가 아닌가 싶다. 어느 자리에서나 주요 화제로 올라 젊은 세대의 성취감, 승리감과 기성세대의 소외감, 두려움이 마구 뒤섞인다. 심한 경우에는 섬뜩한 적대감정까지 등장한다. 2030으로 일컫는 신세대와 5060의 구세대가 대선의 지지 후보를 놓고 가치관, 취향, 세계관 등에서 극명하게 갈라지다 못해 충돌까지 초래하지 않나 하는 염려를 불러올 정도였으니 화제가 끊이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겠다.

젊은 세대란 언제나 있기 마련이고 기성세대와 가치관 등에서 차이를 보인 것은 인류역사가 시작된 이래 항시 문제시되어 온 것이다. 고대 중국 또는 이집트에서도 젊은이들의 행동이나 사고방식이 마땅치 않은 어른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지난 대선에서 젊은이들과의 차이를 소름끼치도록 절감했다는 5060세대도 불과 40년 전인4.19혁명 때 기성세대는 물러가라고 목청을 높인 바가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삼엄한 냉전시절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를 외치며 남북한 학생 만남을 요청해 당시 기성세대를 질겁하게 만들었다. 이어 월남전에서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당시 구세대 질서 속으로 떼밀려 들어가 젊음을 소비하며 전쟁의 참혹함과 민족의 비애를 경험했다. 그보다 어린 나이에 겪었던 한국전쟁에서 그들은 죽음과 굶주림이 무엇을 의미하며, 거기서 벗어나기 위한 본능은 얼마나 치사하고 처절할 수 있는가를 절감했다.

그렇게 산전수전 다 겪은 세대가 이번에 그렇게 놀란 것은 무엇 때문일까. 세상의 모든 것은 으레 변하고, 진보적인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보수적이 된다고 하지만 이번은 좀 특이했다.

그에 대해 여러 가지 설명이 있지만 선거라는 과정을 통해 젊은이들의 생각이 수량화, 계량화되어 단번에 구체적으로 나타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타당한 해석인 것 같다. 평소에 신구세대 차이가 곳곳에서 표출되었지만 사적이거나 제한된 범위 내였고 이번처럼 전면적인 경우는 거의 없었다. 전국적으로 한꺼번에 분출하니 기성세대가 받은 충격은 당연히 클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지나친 걱정이요 기우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그들은 신구세대의 갈등은 역사상 언제나 있어 왔고, 조직의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점을 내세운다. 타당한 지적이다. 또한 그렇게 진행되어야 한다. 즉 신구의 갈등보다는 그 차이를 생산적으로 이끄는 조화에 역점을 두면 무난히 다음 단계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신세대의 패기와 구세대의 노련미, 지혜를 사회를 밀고 나가는 필수불가결의 바퀴로 서로 인정한다면 새로운 차원의 에너지를 창출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각자의 견해와 의견만 고집하면 세대차이가 아니라 세대 갈등 나아가 세대간 충돌로 예상 밖의 파국을 맞게될지도 모른다.

- 웹진 '인재제일' 1/2월호 (2003.01)


-----
박연호
http://columnist.org/ynhp

칼럼니스트
http://columnist.org

[칼럼니스트]를 이메일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