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3년 1월 19일 No. 580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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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낳아 혜택 받자

시대별 인구정책 표어와 출산율을 대비해보면 가족계획은 가장 성공한 정책 사례다. 정부는 60년대 들어 인구억제 정책을 대대적으로 폈다. 가족계획협회가 발족되고 피임법이 보급됐으며 콘돔이라는 생경한 피임 도구가 등장해 감췄던 성(性)이 드러나는 등 사회적 파장도 컸다.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면한다'는 캠페인 결과 10년 뒤 가임(可妊)여성의 평균 출산율은 4.5명으로 떨어졌다.

70년대에는 남성들의 정관(精管)을 막는 수술을 권장하기 위해 예비군 훈련장에서 시술 희망자에게 훈련을 면제해주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아들 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가 먹혀들어 자녀수가 2.8명으로 줄어들었다.

80년대에서 90년대 중반까지는 '사랑 모아 하나 낳고 정성 모아 잘 키우자'는 '한 자녀 갖기 운동'으로 출산율이 1.5명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그 후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아들 딸 구별 말자는 캠페인으로 전환됐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인구정책 구호가 사라진 대신 '엄마 젖은 건강한 다음 세대를 위한 약속'이라는 모유 먹이기 캠페인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에 출산 장려정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의 급속한 진행으로 인한 기형적 인구구조 변화가 국가 활력과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사회적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상황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1996년 인구억제정책을 포기한 뒤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왔던 정부가 출산을 적극 독려하고 나선 것이다.

인구가 현 상태로 유지되려면 여자 한 명이 평생 2.1명의 아기를 낳아야 하지만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1.3명에 그치고 있다. OECD의 평균인 1.6∼1.7명에도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처럼 출산율이 낮아지는 데 걸린 기간은 일본이 30년, 네덜란드가 29년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절반 수준인 16년으로 그 속도가 무척 빠르다. 이대로 가다간 생산가능인구가 2015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2050년에는 우리나라 인구가 900만명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은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사회 진출이 확대되면서 이미 예고됐었다. 결혼 연령이 계속 올라가거나 독신자들이 늘어나는 추세에 세계 3위의 이혼율이 상징하는 가족 해체 현상도 저출산에 영향을 줬다.

출산율이 떨어지면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 경제성장률이 저하되고, 연금을 탈 사람은 늘어나 사회적 부양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에는 100명의 생산 가능인구가 노인 11.1명을 부양하면 됐으나 2020년엔 21.3명, 2050년엔 62.5명을 부양해야 할 정도로 후세대의 부담이 커진다.

90년대 중반부터 이미 대학생 수가 줄고 있고, 현역 장병 수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등 사회적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따라서 대부분의 인구학자들은 인구정책의 효과는 20∼30년후에 나타나기 때문에 출산장려정책을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미래는 노동력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며 노동시장의 국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데다 남북통일, 인구이동 등 고려해야 할 요인이 많아 출산장려정책이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부작용이 많은 출산장려책 보다는 이미 태어난 아이의 양육 서비스의 질을 강화하는 게 낫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30년 이상 유지해온 출산 억제정책 이후 저출산에 대비한 본격 대책이 이제야 나온 것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적정 인구의 유지는 국가경쟁력의 요체다. 앞으로 아이를 많이 낳는 사람에게는 세금을 깎아주고 출산·양육 보조수당을 지급하며, 교육비 경감 혜택을 대폭 확대는 등 각종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새 정부 출범 후 이런 방침이 확정되는 대로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하니 출산장려정책으로의 전환이 확고해 보인다.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던 시절 자식 키우기가 벅차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했으나 이젠 '많이 낳아 혜택 받자'로 인구정책 구호를 바꿔야 할 시대다.

- <담배인삼신문 1월17일자> (2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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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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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여행작가,전 국민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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