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3년 1월 17일 No. 578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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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박수치는 대통령


퇴장하는 김대중 대통령 부부를 향해 여성들은 따뜻한 박수를 보냈다.떠나는 사람에 대한 여성 특유의 연민 때문만은 아닌 듯 했다.지난주 말 청와대에서 열린 여성지도자 신년하례회 때 였다.이 자리에서 여성들은 김대통령 부부가 역대 어느 대통령 부부 보다 여성 권익향상과 사회참여 확대에 적극적인 지원을 했음을 확인했다.국민의 정부의 ‘햇빛정책’이나 부정부패에 혐오감을 느끼는 이들이라 할지라도 김대통령의 여성 정책에 대해서는 한 마음으로 평가하는 분위기였다.

노무현 당선자가 2008년 청와대를 떠날 때도 여성들로 부터 그처럼 따뜻한 박수를 받을 수 있을까.이 질문에 현재로서는 “글쎄”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을 듯 싶다.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대한 여성계의 불만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인수위가 구성되자 마자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성명서를 발표했다.총 26명의 인수위원 가운데 여성이 3명(12%)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항의 표명이었다.“새롭게 시작될 향후 5년의 모든 국가정책에 여성적 관점을 도입시키기 위해서는 여성의 참여가 더 확대되어야 하며,그 첫 단추를 끼는 인수위원회에 여성의 참여가 저조한 것은 선거기간 내내 누구보다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여성정책을 제시해 왔던 당선자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이 성명서는 지적했다.

이같은 불만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1월초 확정된 인수위 전문위원과 파견공무원 가운데도 여성이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여성이 전문위원 44명 중 3명,파견공무원 57명중 5명으로 전체의 10%도 못되는 것이다.게다가 여성전문위원과 파견공무원 대부분이 5개 분과위 중 사회문화여성분과위 한 곳에 몰려 있어 여성의 목소리가 골고루 반영되기 어려운 실정이다.또 여성 파견 공무원 인선과정에서 해당 부처에서는 국장급을 추천했는데도 인수위에서 과장급을 뽑았다는 잡음이 불거지고 있다.

노 당선자는 대통령 선거운동 과정에서 여성계에 큰 기대를 안겨주었다.호주제 폐지,보육비용 절반 국가 부담,여성을 위한 일자리 50만개 창출,여성공무원 임용할당제,지역구 30%·비례대표 50% 여성의원 할당제 등을 공약한 것이다.이런 공약에 비하면 지금 인수위의 모습은 여성들에게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인수위에 실망한 여성계는 새 정부의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장·차관 임명때 여성 30% 할당이 지켜질지 주시하고 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기 마련이지만 아직 실망 부터 할 때는 아니라고 본다.“김대중 정부 보다 여성정책이 뒤떨어질 것 같다”고 지레 걱정할 것은 없다.인수위의 역할은 노 당선자의 국정철학을 구체화하고 핵심 정책과제의 틀을 짜는 일이다.우선 새정부의 10대 과제 중 하나로 ‘국민통합과 양성 평등사회 구현’이 선정된 만큼 그 세부 계획이 제대로 마련되는지 지켜 볼 일이다.

새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는 2003년은 제2차 여성정책기본계획이 실시되는 해이다.현 정부보다 한단계 발전된 여성정책을 펼치려면 여성부가 보육·가정 정책까지 맡는 등 더욱 강화돼야 하고 현재 6개 부처에만 설치돼 있는 여성정책 담당관이 문화관광부,정보통신부,국방부,기획예산처 등에도 신설돼야 한다.여성 할당제가 불가피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 여성정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제도 정비가 이루어야야 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구시대의 잔재에서 완전히 탈피한 진정한 민주주의 정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그러나 국민의 절반인 여성이 제대로 대접 받지 못하는 한 민주주의는 완성되지 않는다.지난주 신년하례회에서 김대통령은 “여성의 권익을 존중하지 않는 정치세력을 여성이 투표로 심판하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여성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노 당선자가 여성들을 실망시키면 다음 총선에서 투표로 심판하면 된다.

- 대한매일 <임영숙 칼럼> 2003.01.15

임 영 숙
http://columnist.org/ysi
대한매일 미디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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