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3년 1월 15일 No. 577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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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1일 [그해오늘은] '피의 장미' 80년



폴란드는 외국으로 나가서 위인이 된 여성들이 두드러져 보인다.

퀴리 부인은 너무 유명한 경우다.

그는 마리아 스크로도브스카라는 본명보다 프랑스인 남편의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다.

그러나 1919년 오늘 '독일 공산당의 어머니'로 죽은 로자 룩셈부르크도 퀴리 부인에 버금한다.

물론 당시는 로자와 퀴리 부인이 서로 비교할 터수가 아니었다. 물리학자와 혁명가라는 차이를 떠나 두 사람의 처지가 딴판이어서다.

이미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차례로 받은 퀴리 부인이 폴란드와 프랑스의 자랑이었다면 로자는 조국과 독일의 골칫거리였다.

그는 1905년의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자 맨먼저 달려갔다.

1차대전 초기에는 제국주의 전쟁이니 나서지 말자고 독일 사회주의자들을 선동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사회민주당이 참전하자 탈당한 로자와 그 동지들은 스파르타쿠스단이라는 공산당을 조직해 사회민주당의 바이마르 정권을 흔들었다.

그를 '피의 로자'라고 부르던 수구파들은 로자와 그의 동지들이 성난 베를린 시민들에게 맞아 죽었다고 했으나 그들은 군부에 학살당했다.

그로부터 80년이 지나 막상 공산당도 무너진 세기말(99년)의 오늘 그의 무덤앞에는 수천 송이의 장미가 쌓인다.

그는 피를 묻히기에는 너무 다감하고 인정많아 이름처럼 장미같은 여성으로 거듭난 것이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유대인으로 태어났으나 조국도 민족도, 따라서 시오니즘도 모르는 그런 '장미'가 오늘날 팔레스타인에서는 전혀 피어나지 않고 있어서다.


- 세계일보 2003.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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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평 (梁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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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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