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3년 1월 9일 No. 574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 딴 글 보기 | 손님 칼럼 | 의견함 | 구독신청/해지 | columnist.org |
점을 좋아하는 네티즌들

계미년 새해를 맞아 올 한해에는 오직 좋은 일만 생기길 빌어본다. 무슨 일이든 그렇게 되길 바란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 테지만 그런 희망을 갖는 것 자체가 복된 일이 아닐 수 없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새해는 어떤 일이 닥치게 될지를 가늠해 보려는 마음에서 점을 치거나 토정비결을 보게 된다. 토정비결은 대부분 그저 재미로 보고 있지만 점의 경우는 재미의 정도를 넘어서 그 결과를 굳게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점을 보려면 점집으로 가야 했다. 서울의 미아리나 부산의 영도다리 부근은 오래 전부터 점쟁이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는 최근 몇년 사이에 역술백화점이나 사주카페라는 이름의 점집이 70여곳이나 들어서 성업중이다.

사실 점집을 드나든다는 것은 미신을 믿는다는 생각에 남의 이목이 신경 쓰이는 일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곳까지 애써 찾아갈 필요가 없다. '사이버 점집'에서 얼마든지 점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운세'나 '사주'를 검색하면 수백개의 사이트를 찾을 수 있다. 이들 사이트들은 전문 점쟁이들이 만든 것만이 아니다. 다음, 네이버, 야후 등 유명 사이트들도 대부분 운세코너를 마련해놓고 네티즌들을 유혹(?)하고 있다.

각 사이트들이 제공하는 것을 보면 토정비결을 비롯해 사주, 관상, 궁합, 해몽, 택일 등이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TV연속극 '겨울연가'의 주인공들이 극중에 보면서 유명해진 서양의 타로카드나 별자리점을 봐주는가 하면 다양한 종류의 부적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이처럼 운세나 사주를 보아주는 사이트가 많다는 것은 네티즌들의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요즘의 신문을 보면 운세사이트가 네티즌들로 북적거리고 있다는 기사가 자주 눈에 띈다. TV에서는 유명 연예인들을 등장시켜 신년운수를 보는 프로그램이 방영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걱정되는 것은 많은 네티즌들이 점을 믿고 있다는 사실이다. 얼마전 한 채팅동호회 사이트에서 조사한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다. 네티즌 10명 가운데 8∼9명(86%)이 "점을 믿는다"고 대답했고, "믿지 않는다"는 사람은 14%에 지나지 않았다.

네티즌들은 하루에도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인터넷이나 신문에서 오늘의 운세를 쉽게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휴대폰으로도 알아 볼 수 있다. 메신저를 이용해 운세를 보기도 한다. 이처럼 점을 볼 수 있는 기회가 크게 늘어난 것이 자신도 모르게 점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갖게 된다.

젊은이들이 점을 좋아하고, 심지어 신봉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점과 같은 미신적인 것이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세상일이 워낙 불확실성을 띠고 있다보니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긴 하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가 첨단 과학문명을 바탕으로 하는 21세기 정보화사회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좀 더 명확한 설명을 듣지 않고서는 납득하기가 어렵다.  

과학이 발전하면 할수록 미신적인 행위가 과학의 산물을 도구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컴퓨터를 통해 고해성사를 하고 컴퓨터에게 자신의 장래를 물어보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세상이다. 스스로 일으켜 놓은 과학문명에 덜미가 잡힌 인간들의 모습이 점점 왜소해지는 것 같아 씁쓸해진다.

- 2003.01.09

--------------
이재일
http://columnist.org/netporter/
칼럼니스트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

http://columnist.org

[칼럼니스트]를 이메일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