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3년 1월 4일 No. 572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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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熱)받는 수도권 하늘

올 겨울은 '엘니뇨' 영향으로 짧고 포근할 것이라고 기상청이 예보했다. 엘니뇨는 계절의 흐름마저 바꾸어 놓을 정도로 위력이 대단하다. 겨울은 짧아지고 여름은 길어졌다. 1920년대의 겨울은 4개월 정도 지속됐으나 90년대는 3개월 정도로 70년만에 겨울이 한달 가량 짧아졌다. 반면 여름은 보름 정도 길어졌다.

폭풍·태풍·홍수·가뭄 등 통제불능의 기상이변을 겪을 때마다 수많은 분석이 나온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대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경고도 빠지지 않는다. 인류가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뿜어내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키고, 그로 인한 기상이변의 피해도 결국은 인류가 당한다.

그러나 기상이변이 인간의 탓만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을 끌고 있다. '기후의 반란'을 쓴 '실베스트로 위에'는 인간의 잘못도 인정하지만, 빙하·바다·태양 등 기후에 작용하는 여러 요소들을 두루 살펴 포괄적으로 연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프랑스 일간지의 과학기자로 15년을 일한 그는 폭넓은 취재를 바탕으로 지구 기후의 과거와 오늘, 미래를 진단했다. 대기 오염에 따른 지구 온난화 뿐 아니라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 바다의 역할, 지구 자전축의 기울기 변화, 태양의 활동 주기 등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여 기록하고 있다. 결국 그는 지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100년 후 기후변화는 통제 불가능 상태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파괴를 막는 쪽으로 문명을 개조하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 뿐 아니라 수도권의 대기오염은 살인적이다. 2000년 미세먼지로 인한 호흡기질환으로 죽은 사람이 서울에서만 1,940명이라는 통계자료가 이를 입증해준다. 대기오염에 의한 사회비용은 전국적으로 45조원 규모라고 한다. 오존경보 발령일수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지구온난화로 겨울 짧고 여름 길어

이런 가운 데 개발 후유증으로 수도권 하늘이 열(熱)받는다는 논문이 발표돼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서울여대 도시기후센터 송영배(환경생명과학부)교수가 인공위성 자료를 토대로 연구한 '신도시 개발이 도시 열섬 형성에 미치는 영향'에서 수도권 지역이 하나의 거대한 '열(熱)섬 지역'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열섬(heat island)현상'이란 대도시가 고립된 섬 모양으로 나타날 정도로 주변 지역과 뚜렷한 온도 차이를 보이는 현상이다.

열섬현상의 대표적인 사례가 분당신도시다. 개발 이전인 1985년 5월에는 대부분 지역의 지표면 온도가 21∼22도(평균 21.4도)를 보였다. 그러나 개발이 끝난 1999년 5월에는 대부분 지역이 24∼25도로 올라갔다. 평균 온도도 22.6도로 85년보다 1.2도 올랐다. 특히 고층아파트 지역은 지표면 온도가 25.9∼32.6도로 평균온도에 비해 최고 10도나 높다니 열섬현상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도시먼지 등 오염물질이 도시 상공에 머물면서 '먼지 지붕 효과(dust dome effect)'를 일으켜 대기오염이 가중된다니 이제는 숨쉬기조차 겁난다.

공장과 자동차와 냉난방에서 내뿜는 열기가 고층 건물로 인해 공기순환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는 태양에너지를 반사하면서 녹지보다 10배 이상의 열을 흡수하여 열섬현상을 부추긴다. 실제로 '강남지역이 강북보다 섭씨 1도가 높다'거나 '영등포 청량리 강남지역의 최저 기온이 주변보다 2∼3도 가량 높다'는 서울시와 기상청의 조사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열섬지역으로 포위될 경우 바람의 소통이 막혀 온도는 더욱 올라가고 오염물질은 갇히게 된다. 결국 시민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는다. 최근 부쩍 잦아진 여름철 도시지역 열대야(熱帶夜)도 열섬현상의 영향이다. 환경부는 수도권 지역의 미세 먼지와 휘발성유기화합물 등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특별법 제정까지 추진하고 있으나 열섬현상이 생기면 그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열섬현상' 주범은 도시 난개발

열섬현상의 근본 원인은 녹지보존 등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마구잡이 개발이다. 열섬 현상을 막기 위해선 도시를 개발할 때 바람 길을 만들고 녹지를 보존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견해에 귀를 기울어야 할 때다. 고층건물군(群) 사이에 충분한 바람 길을 만들어야 외부 공기가 쉽게 흘러들고 나가면서 도심의 열기를 식히고 오염물질을 흩뜨릴 수 있다고 한다. 또 도심 내 녹지를 유지·확대하고, 건물옥상의 정원화 작업 등을 병행해야 냉각 효과를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도권을 감싸고 있는 그린벨트 등 광역 녹지축이 중간중간 잘리지 않도록 개발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일본 도쿄시는 이미 도심 건물 옥상에 정원을 설치하는 등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독일도 도심 구릉지에서의 건축을 규제하고, 도시 중앙부에 폭 150m의 녹지를 만들어 도심 지표면 온도 상승을 완화시키는 실효를 거두고 있다.

열섬현상은 수도권 일대의 도시화 개발 속도와 비례하고 있음이 여실히 입증됐다. 수도권 열섬지역의 확대는 결국 서울 지역의 대기오염을 더욱 악화시킨다. 난개발은 국토를 만신창이로 만들고 환경 파괴와 함께 도시의 열섬현상까지 부추긴다. 눈앞의 이익이나 당장의 편의에 현혹되어 일단 개발하고 보자는 발상을 버리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환경친화적 개발에 치중해야 할 때다.

새롭게 출범하는 노무현 정부는 깨끗한 환경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살고 싶은 소박한 소망이 이루어지도록 난개발에 제동을 걸어주길 바란다.

- <저널 뉴코리아 1월호> (2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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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섭

http://columnist.org/kyoos
시인 · 칼럼니스트, 전 국민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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