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2년 12월 21일 No. 566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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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1일 [그해오늘은] '미니 추리소설'



1913년 오늘 뉴욕월드지가 실은 '낱말 맞추기'(크로스워드)는 대단한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19세기부터 영국에서 있었된 오락이었다.그러나 이를 상업화한 미국은 이미 팍스 아메리카나의 한 자질을 비친 셈이다.

매스컴과 결합된 크로스워드는 모든 계층이 즐기는 성인오락이 됐다. 고고한 지식층도 라틴어 크로스워드를 즐기는 식이었다.

그것은 동양에도 건너와 한자의 모습이 달라진 중국과 대만에서 두 가지 크로스워드가 생겨났다.

초기의 '낱말 맞추기'를 탈피해 여러 부문으로 분화한 크로스워드가 컴퓨터와 함께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지는 짐작도 할 수 없다.

그럼에도 크로스워드에 대한 호응도는 추리소설의 그것처럼 나라마다 다소 차이가 있었다.

한국보다 추리소설이 훨씬 성행한 일본에서 크로스워드가 앞선 것도 우연 같지만은 않다.

추리소설은 확대된 크로스워드로 볼 수도 있다.

사건 현장에서 주어진 증거들을 가로 세로로 엮어 하나씩 의혹을 풀어 가는 것은 주어진 문자를 바탕으로 빈칸을 채워 나가는 것과 흡사하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은 특히 그래서 시체도 피비린내를 풍기지 않는 하나의 부호나 문자 같다.

같은 서양사람이라도 정확성을 추구하는 사람은 낙관적인 사람보다 크로스워드를 선호한다.

99년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 '우리들의 이야기'는 낙천적인 소설가 남편과 확실함을 좋아해 크로스워드 문제 출제자가 된 아내의 결혼 위기를 그린 것이다.

그러나 완벽을 추구하는가 아닌가는 민족성과는 무관할 수 있다.되는 것 없고 안되는 것 없는 사회가 되는 것과 안되는 것이 있는 사회로 바뀔 수 있듯 국민의 성품이나 기호도 바뀔 수 있어서다.


- 세계일보 2002.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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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평 (梁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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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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