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2년 12월 19일 No. 565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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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있고 아름다운 여성들의 인터넷 세상

세금 내는 것이 즐거운 일도 아니건만 중복납부까지 했다. 세상살이가 바쁘다보니 해당 관청에서 더 받은 세금 돌려주겠다고 알려 줄 때까지 우리 부부는 이 사실을 잠시 모르고 지냈다. 나나 아내나 정신없이 허둥대며 사는지라 같은 세금을 두 사람이 한 차례씩 내 버렸다. 이미 먼저 아내가 인터넷으로 납부한 것을 모르고, 납기가 곧 마감되는 재산세 고지서가 있기에 내가 부랴부랴 은행에 가서 냈던 것이다.

아내는 인터넷을 나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실생활에 이용한다. 내가 하지 않는 인터넷 뱅킹을 하고 시가나 친정쪽 가족의 생일 같은 때에 꽃 배달 주문하는 따위의 여러 일을 일쑤 인터넷으로 처리한다. 몇 년 전 연구년을 맞아 미국에 그가 혼자 가 있으면서는 서울 집에 쌀이 떨어졌을 것이라고 인터넷으로 쌀 택배를 주문했다. 그 해 추석 직전에는 떡 배달을 미국에 앉아서 인터넷으로 신청해 보내 주부 부재중의 명절 쇠기까지 챙겼다. 이를 본 미국 친지들이 한국의 인터넷 활용도를 놀라워했다고 한다.

딸아이도 인터넷을 물건 구입 때 자주 이용한다. 안드레아 보첼리의 노래 시디를 구했으면 좋겠다고 하자 딸아이는 바로 인터넷 몰에서 구입해 내게 주었다. 아마 사이버 시위 같은 것에도 적극 동참했을 것이다. 딴 집을 보아도 여성이 남성보다 인터넷 활용에 대체로 더 적극적이다. 인터넷에는 여성과 친해질 수 있는 요소가 있는가 보다. 아줌마 닷컴에 들어가 보면 '대한민국 힘있고 아름다운 여성들의 인터넷 세상'이 구호만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인도인들이 정보통신 분야에 능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인도 본토나 해외 인도인 사회의 수많은 포털 사이트에는 반드시 중매 코너가 있고 그것이 아주 활발하게 운영된다. 거기 보면 남성 못지 않게 많은 수의 인도 여성들이 사진과 프로필을 거리낌없이 올려 배우자 될 사람을 찾고 있다. 이런 면에서 한국 여성보다도 더 숫기가 좋은 것 같다. 계급제도와 지참금의 족쇄가 실제로는 그리 단단한 것이 아닌 듯하다.

최근 영국 방송 비비시는 애덤 조인슨이라는 심리학 박사가 남녀의 인터넷 이용행태 차이에 관해 연구한 결과를 보도했다. 박사의 결론은 "남자는 여자보다 인터넷을 잘 이용하지 못한다."였다. 여성이 이메일 이용과 사이버 쇼핑 등 인터넷 활용의 많은 부문에서 남성보다 활발하다고 했다. 그리고 인터넷 탐색 때 인내심을 잃는 것은 대부분 남성들이라고 밝혔다. 또 비비시는 여성들이 인터넷을 통해 훨씬 솔직하고 줏대 있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는 한 잡지 편집인의 말도 인용했다.

인터넷은 여성의 성에 대한 여성 자신들의 생각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사이버 세계의 포르노 홍수를 많은 여성이 '성의 상품화', '여성 신체의 착취', '여성 인격의 비하'라고 심각하게 비판하는데, 또 다른 여성들에게서는 이런 방어적 태도를 졸렬한 것으로 보는 과격한 주장까지 나온다. "포르노는 성에 관한 정보의 건강한 흐름이다. 이 정보는 사회에 필요하다. 자유 여성에게 필요하다. 여성의 몸은 여성의 권리다."(웬디 매켈로이)

시대가 바뀌면서 여성들이 강해져 왔지만, 인터넷을 만나면서 더욱 강해지고 있다. 인터넷은 그들을 '약한 성(性)'에서 '강한 성'으로 가게 한다. 그들은 남성보다 참을성 있게 인터넷을 통해 유용한 정보를 찾아내고 활용한다. 홈페이지 만들기에도 더 열성적이다. 그들은 인터넷을 자기 표현의 연장으로 더 잘 다룬다.

박강문 /칼럼니스트. 대한매일명예논설위원

- 대한매일 7면 <인터넷 스코프> 2002.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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