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2년 12월 18일 No. 563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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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방으로 얼룩진 사이버 공간

대선레이스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각 후보 진영의 홈페이지는 지지자와 반대자간의 논쟁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걱정스러운 점은 사이버 논객들이 난타전을 벌이면서 사이버 공간이 크게 얼룩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각 후보자들의 게시판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이나 언론사, 유명 포털사이트 등의 인터넷 게시판에도 각당 후보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비난의 글과 욕설이 쏟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상대방의 선거운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불법 사이버 선거운동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중앙선관위가 그동안 대선과 관련해서 각종 선거 관련 사이트 운영자에게 삭제 요청한 건수(비방·흑색선전)가 9천여건이며, 고발·수사의뢰·경고·주의 건수가 52건에 이르고 있는 것만 봐도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 수 있다. 제15대 대선과는 달리 사이버상에서의 위반행위가 많다는 것은 오늘날이 바로 인터넷시대임을 의미하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을 통한 허위사실 유포와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은 불특정 다수에게 곧바로 전파되기 때문에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후보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경찰 등 관계 당국도 문제의 심각성을 중시하고 사이버공간에서의 불법행위에 대해 적극적인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사이버선거운동은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 네티즌들을 선거에 참여시킨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익명으로 하는 비방 위주의 불법 선거운동은 「미디어 선거」가 막 꽃피기 시작한 우리의 정치문화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종전의 길거리 유세에서는 남의 이목 때문에 비방과 흑색선전에 많은 제약이 따랐으나 사이버공간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익명으로 상대후보를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불법적인 현상을 근절시킬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한국정치의 미래는 결코 밝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사이버 공간의 불법 선거운동은 우선 정당들에게 1차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일부 정당은 젊은 인터넷 전문가들을 고용해 사이버 선거운동을 과열시키고 있다는 것이 경찰의 분석이다. 특히 각 정당은 글 솜씨 좋고 순발력 있는 「사이버 논객」을 금전으로 스카우트하는가 하면, 인터넷 공방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사이버 알바(일명 메뚜기)」를 고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이버 논객을 고용해 상대후보에 대한 비방글을 올리게 하는 방법은 최근에 등장한 수법이다. 이밖에 상대 후보를 지지하는 글에 무차별로 반대되는 내용의 「답글(REPLY)」 달기, 인터넷 언론매체에 「시민기자」이름으로 허위사실 유포하기, 해킹이나 바이러스 유포로 상대방 서버 공격하기 등의 방법이 횡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번 대선에서 본격적으로 도입된 방식 중의 하나가 바로 사이버 논객이나 사이버 알바를 고용하는 형태이다. 이런 방법은 지난 2000년의 4·13총선때 선을 보였다가 이번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고 하겠다.

사이버 논객의 일당은 최소한 7만∼10만원으로 능력에 따라 대우는 달라진다고 한다. 이들은 상대 후보의 아픈 곳을 찌르고 인신공격을 하거나 허위 사실을 지속적으로 유포한다. 그런 만큼 인터넷 특성상 최단 시간에 최대의 선전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선거관계자들의 얘기이다.

「고수」로 손꼽히는 논객은 전국에서 2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이들은 독도논쟁이 한창일 때 일본 네티즌과 한바탕 「전쟁」을 치른 인물들로 최근 대부분이 2∼3개 정당의 사이버 논객으로 흡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당에서 자체적으로 양성한 논객 100∼200명도 이들과 함께 각종 사이트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다고 한다.

사이버 논객이나 사이버 알바는 경찰의 단속이 갈수록 활발해지면서 재택근무를 하는 붙박이형에서 벗어나 PC방을 옮겨다니며 「작업」을 하는 메뚜기형이 대부분이다. 경찰은 특정 정당과 후보에게 고용된 이들이 상대후보에 대한 비방과 인신공격에 열을 올리자 경찰이 24시간 감시조를 운영하고 있지만 사이버공간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의 존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은 커뮤니케이션이 자유롭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적인 공간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 만큼 인터넷에서의 사이버 선거운동은 참된 민주주의를 정착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사이버공간이 극단적인 비방과 비난,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얼룩진다면 e폴리틱스의 장래는 어둡기만 하다. 당국의 적극적인 대책마련과 네티즌들의 각성이 무엇보다도 요구되는 시점이다.



- 2002.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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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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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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