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2년 12월 12일 No. 558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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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아제한과 캥거루족

1962년부터 추진한 산아정책 즉 가족계획은 우리에게 매우 절실한 과제였다. 가난한 살림에 먹여 살려야 할 입이 많으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빈곤을 벗어날 길이 없기 때문에 정부는 거의 강제적으로 이를 추진했다.

그러나 당시의 우리 국민들 사고방식과 관습, 의식수준을 감안하면 대단히 어려운 목표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아들은 있어야 한다는 남아선호사상, 자기 먹을 것은 다 가지고 태어 난다는 생각 등이 팽배한 시절이었다. 그리고 인간의 3대 본능 가운데 하나인 생식욕을 인위적으로 억제한다는 것에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았다.

가족계획요원들이 산아제한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농어촌을 찾아가면 XX 까는 사람들이 온다며 도망가고, 정관수술 한 사람에게만 분양하는 아파트를 XX아파트라고 부르던 것은 당시 사회 풍속도의 일면이었다. 그래도 이를 하지 않으면 우리의 경제발전과 생활의 질 향상은 기대할 수 없다는 구호 아래 정부는 밀어 붙였고 국민들은 적극 호응했다.

그 결과 전세계에서 가족계획에 가장 성공한 나라로 주목을 받았다. 생활의 질도 매우 높아졌다. 그러나 그때는 별로 주목하지 않았던 문제에 우리는 지금 부딪혔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률 때문에 청소년 인구가 급격히 줄어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청소년(0세-18세) 비율이 1960년 50%에서 2002년 현재 26%로 낮아졌다. 노동인력은 줄어들고 부양해야 할 노인층이 늘어난 것이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경제발전은 물론 국가의 존립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게 마련인데 우리는 한쪽만 보고 오다가 어둠에 직면한 것이다.

가족계획정책의 응달은 이미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덮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실업문제다. 식구가 많아 먹고 살기 어려울 때는 사람들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일을 했다. 3D업종이니 뭐니 할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자녀가 줄어들면서 웬만하면 너나없이 모두 대학까지 교육시키는 통에 육체적으로 조금이라도 힘드는 일에는 거들떠 보지 않은 풍조가 생겼다. 대학을 나와서 어찌 그런 일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렇다고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예전처럼 당장 굶는 것은 아니다. 식구가 적으므로 부모가 벌어놓은 것으로 그럭저럭 버티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30이 넘도록 부모 밑에서 뭉개는 캥거루족 증가 원인도 여기에 있다.

이같은 캥거루족과 고령층의 증가 등은 국가의 생산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사회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큰 문제들이다. 하나를 해결하고 나니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유럽,일본 등 선진국들이 출산을 장려하는 것이 남의 일처럼 들리더니 이제 우리 코가 석자 된 꼴이다.

- 웹진 '인재제일'11, 12월호 (20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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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호
http://columnist.org/ynhp

칼럼니스트
전 국민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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