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2002년 12월 8일 No. 557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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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가 있는 노숙자

태국이나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을 가보면 자신이 살고있는 집은 형편없어 도 자동차는 비싼 것을 가진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그곳 사람들은 날씨 가 더운 지역인 만큼 집은 그저 비나 피할 수 있을 정도면 된다는 생각에서 인지 주택보다는 자동차에 더 애착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내집보다는 좋은 차를 갖겠다는 생각을 하는 젊은이들 을 흔히 볼 수 있다.집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일 것이다.소형아파트 한 채에 2억∼3억원씩이나 하니 이들에게는 내집을 갖는 것이 그야말로 꿈같은 일이 나 다름없다.

내집을 마련하려면 10년은 족히 걸린다.오랜 기간 안 먹고 안 입어야 한다 는 뜻이다.내집 마련을 일단 포기하고 전셋집에서 살 생각만 하면 얼마든지 윤택한 생활을 할 수 있다.좋은 차뿐만 아니라 비싼 오디오나 비디오세트를 장만할 수도 있다.

사실 젊은 사람이 아파트를 한 채 마련하려면 일찍부터 허리띠를 동여매야 한다.그렇게 해도 언제쯤 내집을 가질 수 있을는지 알 수가 없다.

내집이 없고서는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아가기 힘들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생활의 3대 요소가 의·식·주라는 것만 봐도 집을 갖는다는 것이 얼 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 수 있다.

현실세계에서 우리들의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곳이 집이라면 사이버공간에 서는 홈페이지가 바로 그런 역할을 한다고 해도 될 것이다.세상을 살아가면 서 집이 없으면 여러모로 불편을 겪듯이 인터넷의 생활화가 완전 정착되면 나 자신의 홈페이지를 갖지 않고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세상이 될 것이 라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도 인터넷에 익숙한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홈페이지를 갖고 있으며, 한 가족이 홈페이지를 만들어 사이버공간을 드나들며 아기자기하게 살아가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자신의 명함에도 직장 홈페이지는 물론 개인 홈페 이지의 주소를 적어놓은 경우도 많다.

최근에는 미국 켄터키주 내슈빌에서 20년간 홈리스(노숙자)로 지내고 있는 케빈 바비유라는 한 중년남성이 개설한 인터넷 홈페이지가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이 외신으로 전해졌다.홈리스의 일상과 애환을 일기형식으로 담 아내는 이 사이트에는 두달 만에 방문자가 10만명을 넘어섰고,얼마 전에는 야후의 우수사이트로 선정됐다.

지난 82년 고교를 졸업한 뒤부터 노숙자 쉼터에서 본격적인 노숙자 생활을 해온 그는 여기에 머물면서 한 교육기관에서 제공하는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홈페이지 제작법을 배웠다.그의 홈페이지는 칼 융,버지니아 울프 등 철학자 나 작가들에 관한 내용으로 가득한데 이 때문에 “진짜 노숙자가 맞느냐.” 는 질문도 자주 받는다고 한다.

현실세계에서 자신의 집이 없는 노숙자가 사이버공간에서는 가상의 집(홈페 이지)을 갖고 있다는 뉴스는 인터넷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화제의 주인공은 비록 ‘내집’은 없지만 ‘홈페이지’를 가짐으로써 가상세계에서만큼은 네티즌들을 가족 삼아 얼마든지 행복한 생활 을 해 나가고 있다.

우리사회는 지금 정보화가 한창 무르익어 가고 있다.이러한 시대를 성공적 으로 살아가려면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으면 안된다.하루 빨리 나 의 홈페이지를 갖는 것도 인터넷시대의 치열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 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 대한매일 7면 <인터넷 스코프> 200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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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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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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